▲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17년 만에 증권시장의 가격제한폭이 확대된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들의 가격제한폭은 기존 ±15%에서 ±30%로 늘고, 선물과 옵션 등 주요 파생상품의 가격제한폭 역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하루 주가 변동 폭이 최대 60%까지 늘어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

먼저, 증권시장의 효율성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정보가 가격에 즉시 반영될 때 자본시장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자본시장은 가격을 매개로 자금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줌으로서 경제 주체들 간 위험을 분산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기업에게 유익한 정보가 생성되어도 촘촘한 가격제한폭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수 없으면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유해한 정보가 가격에 늦게 반영되는 것도 마찬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다음으로, 가격제한폭 확대는 투자자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기존 ±15%의 가격제한폭 제도에서는 상하한가가 비교적 빈번히 발생하여, 일반 투자자의 거래를 유인하는 경향이 많았다. 상한가 굳히기, 상한가 따라잡기, 하한가 풀기 등 상하한가와 관련된 시세 유인 매매가 대표적이다.

실제, 상한가와 하한가가 빈번히 발생하는 주식들은 테마주이거나 실적인 나쁜 종목들이 많아, 투자자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격제한폭 제도가 ±30%로 확대되면 이와 같은 시세 유인 매매가 발생하기 어려워, 불공정거래가 현저히 줄 것으로 예상된다. 불공정거래가 크게 감소하면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개별주식의 일중 변동성은 오히려 이전보다 감소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가격제한폭 확대는 국제적 정합성에도 부합한다. 대만,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일부 국가가 7~20% 내외의 가격제한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확대되는 추세다.

   
▲ 실증 연구에 따르면 공매도 증가와 가격 하락과의 유의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매도만으로 15% 이상의 가격 하락을 촉발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사진=MTN 캡처

최근 대만 거래소는 7%의 가격제한폭을 10%로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진 거래소들은 가격제한폭을 폐지하였거나 도입하지 않고 있다. 대신, 동적·정적 변동성 완화장치 또는 주가지수 급락시 증권시장의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가격제한폭 확대로 주가지수 하락이 가속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하여, 한국거래소는 동적·정적 변동성 완화장치 및 단계별 서킷 브레이커 제도를 마련하는 등 3중 안정장치를 갖추었다. 3중 안정장치를 마련한 곳은 한국거래소가 유일하다. 평상시에는 시장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예외적으로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경우에만 안정장치를 작동시키겠다는 취지다.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실증 연구에 따르면 공매도 증가와 가격 하락과의 유의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매도만으로 15% 이상의 가격 하락을 촉발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신용 거래와 미수 거래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투자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일중 변동성이 커지면 반대 매매가 출회되어, 투자 금액의 전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장에게 투자자 보호를 맡겨야 할 때이다. 공정한 경쟁매매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투자자 보호 규제일 수 있다. 이번 가격제한폭 제도 확대를 계기로 궁극적으로 가격제한폭 제도가 폐지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글/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