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을 공개한 가운데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걱정이 더해졌다.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에서의 생산 비율을 줄여가게 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미디어펜은 기로에 선 한국 반도체의 현 상황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투자기업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공개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 종국에는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달 28일(현지시각)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신청 절차를 공개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에 527억 달러(약 69조370억 원)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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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
미 상무부는 지금부터 5단계로 보조금 지급 대상을 정한다. 이날부터 보조금 희망 기업의 의향서를 받고, 향후 신청서 접수와 재무 분석, 실사 등을 한다. 기업별 보조금은 설비투자의 5~15% 사이로, 최대 35%를 초과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지원법이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를 한 층 더 높였다는 점이다. 상무부는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미국의 안보에 우려가 될 만한 기술이나 제품과 관련해 중국과의 공동 연구 및 기술 라이선스를 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했다.
때문에 지원금을 지급 받은 기업들은 지급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협약을 상무부와 체결해야 한다.
또 지원금으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의 통신·화상 감시 장비를 사는 것도 금지 된다. 2019년 국방수권법(NDAA)에 연방 지원금으로 이들 기업의 장비를 구매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조항은 지난해 10월 7일 미국이 발표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의 연장선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 모두 중요한 시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40%(홍콩 포함 60%)를 차지하는 글로벌 최대 시장이다.
여기에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패키징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충칭엔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의 5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양사의 중국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양사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입장 표명을 아끼는 분위기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미·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외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미국 관계당국과 협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 “반도체지원법 인센티브를 받을 의향이 있는 기업들은 지원 규모와 조건을 미 정부와 협상하게 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예단하지 않고 미 정부와 협의를 하며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 상무부에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한 입장을 개진해 왔으며 앞으로도 세부 규정 마련 과정에서 우리 기업 입장이 반영되도록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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