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국가가 개인 자유·재산권 최대한 보장…개인 납세, 민주주의의 시작"
"과거 부동산 등 정치·이념에 사로잡혀 무리한 과세…재산권 침해 않겠다"
"포퓰리즘 '정치복지' 지양…취약계층 지원하는 '약자복지' 실천할 것"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 그리고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개인은 법률이 정한 납세를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마그나 카르타' 정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납세-세금에 대한 '명언'을 쏟아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납세자의 날' 기념식 참석은 지난 1970년 이후 53년 만의 일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재정에 기여한 납세자들을 향해 직접 고마움을 표했다.

또한 성실히 세금을 신고한 기업인들, 원천징수를 받는 전국 임금근로자 2000만명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 인상적인 축사를 남겼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세금의 역사는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라며 "(이는)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정신"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부는 조세제도에 있어서도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확실히 지켜나갈 것"이라며 "조세제도를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전 정권들을 겨냥해 "과거의 부동산 세제와 같이 정치와 이념에 사로잡혀 무리한 과세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인식은 이날 납세자의 날 기념식 축사의 '백미'였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조세 불복 절차는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다"며 "이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조세 법률주의'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구현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축사에서 재차 강조한 것은 무리한 과세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윤 대통령은 "또 국가재정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세무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조세 불복을 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무리한 과세로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세금은 단 1원도 낭비하지 않고 꼭 필요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쓰겠다"며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는 국방, 치안, 사법, 행정서비스 등 국가의 본질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여러분의 세금을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다음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데 국민 여러분의 세금을 쓰겠다"며 "정치 진영을 확보하고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정치복지'를 지양하고 취약계층과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복지'를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통상, 기술, 산업 환경에서 국민들과 청년 세대에게 지속적이며 소득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드리는 데 국민 여러분의 귀한 세금을 쓰겠다"며 "첨단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수출 확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곳에 효과적으로 여러분의 세금을 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축사에서 강조했던 또다른 지점은 국민 혈세를 소중하게 쓰겠다는 선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래의 공익 목적에서 벗어나 불법을 일삼거나 국익을 해치는 
정치 집단화한 단체에게는 국민의 혈세를 단 한 푼도 쓰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혈세는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소중하게 쓰겠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납세는 자유와 연대의 출발점"이라며 "성실하게 납세의 책임을 이행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가장 성실한 납세 계층은 임금 근로자 여러분"이라며 "원천징수를 받는 우리나라의 많은 임금 근로자 여러분께 국가 재정 기여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축사에서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들께서 내는 세금이 아깝지 않은 나라, 또 그럼으로써 납세가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3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에게 국세 7000억원 고액납세의 탑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의 축사 메시지와 관련해 "대통령은 국민들이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그리고 정부는 그 세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대통령은 '국가재정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쥐어짜는 세정같은 무리한 과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날 기념식 시작 전 윤 대통령이 추경호 경제부총리 및 포상 수상자 등 참석자들과 함께 환담을 가졌다고 알렸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환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국가에서 납세자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1966년 국세청을 만들고 1967년부터 4년 연속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로 어떤 대통령도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는 납세자 소송이라는 것이 있어서 연방정부, 주정부, 시정부가 세금을 걷어 엉뚱한 곳에 쓰면 납세자 대표가 함부로 세금을 쓰지 말아 달라고 소송까지 건다"며 "불법을 일삼거나 국익을 해치는 정치 집단화한 단체에게는 국민의 혈세가 단 한푼도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53년 만에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시각과 발언은 국민의 한 사람이자 납세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하다.

납세라는 의무는 무겁지만 이를 정부가 허투루 여기지 않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효과적인 분야에 쓰게끔 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와 사고방식이 확인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