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회사가 최근 수 년 새 크게 늘었다. 스팩은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지칭한다.

   
▲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우회 상장하는 회사가 최근 수 년 새 크게 늘었다. /사진=김상문 기자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최근 스팩의 기업공개(IPO) 및 합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스팩 합병을 통한 증시 상장 건수는 지난해 45건으로 전년(25건) 대비 80% 늘었다.

스팩 상장은 상장과정에서 모인 자금으로 비상장회사를 인수하거나 서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상장 후 3년간 인수·합병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스팩 합병은 미국에서도 스타트업의 주된 상장 수단 중 하나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다만 금감원 측 관계자는 "스팩 투자 및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이 반드시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2019∼2022년 9월 합병이 완료된 스팩 54개사를 분석한 결과 스팩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 대비 할인하고 합병 대상 법인의 가액은 본질가치 대비 할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대표발기인인 증권사는 합병 실패 시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합병 성공 시 자문수수료를 받고 스팩 주식 취득가액도 낮기 때문에 비상장법인에 대한 엄정한 평가보다 합병 성공을 우선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팩 상장에 관여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일반투자자의 이익에 반해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의 경우 합병 완료 후 피합병 회사의 주식을 받는 대신 미리 스팩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한 견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스팩 상장 및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에 투자주체 간 이 같은 이해상충 요소가 충실히 기재될 수 있도록 심사를 강화할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스팩은 일반투자자가 인수·합병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일부 불리한 투자 여건이 존재하므로 투자자들은 유의하며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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