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정책·해외진출·LFP기술력' 3박자로 글로벌 존재감 뚜렷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중국의 배터리 굴기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리튬인산철(LFP) 등 배터리 원료 부문에서 한국 기업을 압도하며 글로벌 확장에 나서고 있어서다.

   
▲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 쿠루즈 산업단지에 위치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공장 'CATT' 전경.사진=CATL 제공


10일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닝더스다이(CATL)와 비야디(BYD)가 각각 지난해 세계 배터리 사용량 1, 2위를 차지하는가 하면 중국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닝더스다이는 지난해에만 191.6GWh의 배터리를 공급하며 성장률 92.5%, 점유율 37.0%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전년 대비 4%P 늘며 지속 성장했다.

CATL은 테슬라 모델 3/Y를 비롯해 중국 전기차 업체 GAC의 아이온 Y, 지리자동차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2위는 LG에너지솔루션과 BYD이 공동으로 차지했다. 두 회사는 각각 13.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동률을 이뤘지만 전년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이 6.1%포인트(P) 줄었고, BYD는 4.9%P 늘어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지난해 세계 배터리 시장은 중국 주도세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23.7%로 6.5%P 하락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무서운 성장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비결로 꼽힌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CATL은 하반기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탄산리튬 가격을 1톤 당 20만 위안(약 3785만원)으로 낮춰 생산한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재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톤 당 약 32만 위안이므로, 약 15%나 할인한 가격에 배터리를 판매하는 것이다.

CATL은 지난 3년 간 총 배터리 구매량 중 80% 이상을 CATL과 거래한 업체에만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저가공세와 고객사 잡아두기를 동시에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수혜를 입을 업체들은 니오 등 중국 토종 기업이 대부분으로 제한적이지만 향후 글로벌 업체들에게도 유사한 프로모션을 제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2022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누적 사용량 순위./자료=SNE리서치 제공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도 한국에게 위협 요인이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부터 폐지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따라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조금 정책이 폐지됐지만 이미 장악하다시피 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존재감을 넓히려 하고 있다.

CATL은 지난해 말부터 독일 에르푸르트 공장을 가동 중이며, 헝가리에 73억 유로(약 10조 원)를 투입해 유럽 두 번째 공장을 짓기로 했다. 헝가리 공장이 완공되면 연 100GWh의 생산능력을 갖춰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 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궈쉬안은 폭스바겐의 독일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참여하고 있으며, CALB도 포르투갈에 유럽 내 첫 생산 기지를 설립할 계획이다. AESC도 프랑스와 스페인에 공장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해외 진출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부터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면서 자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 간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 판매량(인도량)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해 36만 1000대로 전년 동월(38만 5000대) 대비 6.2% 감소했다.

우수한 LFP 배터리 기술력도 한국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크게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LFP 배터리는 한국 주도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으로는 더 무겁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문제는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에 용이한 LFP 배터리가 선호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NCM 배터리 일변도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주도권을 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 점차 성능이 향상되고 있는 LFP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