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EU CRMA로 원산지 규제 고삐…원자재 中 의존도 낮춰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의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EU도 이와 비슷한 핵심원자재법(CRMA)를 준비하면서 중국산 배터리 원자재 비중이 높은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CRMA 초안을 발표한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사진=EU 집행위원회 연설 영상 캡처


EU 집행위는 또한 원자재 확보를 위한 중앙기관인 '유럽 핵심원자재위원회'(가칭)를 신설키로 했다.

CRMA는 역내에서 최소 10%의 원자재를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전략물자 수요의 최소 40%를 자체 처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는 코로나 대확산 당시 중국의 봉쇄 정책 여파로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마그네슘,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롯된 에너지 리스크를 겪으면서 원재자 및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졌다.

EU는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발달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전기차 권역이므로 배터리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보다 강화된 환경 기준을 기업에 요구하고, 현지에서 원자재를 생산·처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반영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도 이달 중 IRA 세부 규정(세액공제 하위 규정)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지난해 12월 발표 예정이었으나 미뤄졌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친환경 전기차에 대해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배터리 관련해서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 비율이 가치의 50% 이상이어야 3750달러를, 배터리 내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받을 수 있다. 조립 요건은 해마다 상향돼 2029년 100%를, 핵심광물 요건은 2027년 80% 이상을 맞춰야 한다.

미국과 EU의 연대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근 미국의 IRA에 유럽산 핵심 광물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협상을 계획 중이다.

전기차 자체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돼야 한다는 IRA 규정에 의해 유럽산 전기차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FTA가 미체결된 EU는 이번 협상이 성사되면 유럽산 광물 거래에서 수혜를 입게 된다.

미국과 유럽이 배터리 등 미래 주요 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신속히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IRA 예고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이미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호주, 칠레 등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힘써왔다.

또한 우리 정부는 핵심 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원산지에 국내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포함되도록 미국을 설득 중이다.

하지만 주요 광물 공급 국가인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국내 업계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경우 지난해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K-배터리 업체들은 NCM 배터리에 올인한 생산라인을 LFP배터리 등으로 다변화하는 동시에 중국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원자재 수급망 확보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IRA가 핵심 산업 주요 부품 소재의 탈중국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CRMA 등 유럽의 조치는 미국 IRA처럼 광물 원산지를 규제하면 원소재 쪽은 국내 업계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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