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버스는 지나갔는데, 너무 힘차게 손을 흔든 셈이었다. 8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화풀이하듯 대회 역대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20점 차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한국야구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라운드 중국과 최종전에서 22-2로 이겼다. 5회 종료시 15점 차 이상 스코어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이 되기 때문에 경기는 5회말로 끝났다. 한국은 2승2패, 조 3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 경기 전 B조의 8강 진출팀은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일본이 4전 전승, 호주가 3승1패로 조 1, 2위를 차지하며 8강행 티켓을 따냈다. 1승2패를 기록하고 있던 한국은 중국전 결과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호주와 일본에 졌던 분풀이에 나서 마구 점수를 뽑아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 및 최다 점수차 신기록을 세웠다.

   
▲ 사진=WBC 공식 홈페이지


22득점은 종전 한 경기 최다인 18득점을 4점이나 넘어섰다. 18득점은 2006년 제1회 WBC에서 일본(중국전 18-2 승리), 이번 2023년 대회 C조에서 캐나다(영국전 18-8 승리)가 기록한 바 있다. 또한 20점 차는 2006년 대회서 미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17-0으로 꺾으며 기록한 17점 차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이강철 감독은 1~3차전에 많이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을 대거 선발 출전시켰다. 박해민(1루수)-김혜성(2루수)-이정후(중견수)-김하성(3루수)-강백호(지명타자)-박건우(우익수)-오지환(유격수)-이지영(포수)-최지훈(좌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오히려 이런 선발 기용이 효과를 봤다. 부담을 내려놓은 선수들은 매 이닝 득점 퍼레이드를 펼쳤다. 1회 2점, 2회 2점, 3회 8점, 4회 6점, 5회 4점을 뽑아 콜드게임을 완성했다.

선발 타자들이 전원 안타를 치며 20안타를 쏟아부었다. 박해민, 강백호, 박건우, 이지영은 3안타씩을 때려냈다. 박건우와 김하성은 4회와 5회 만루홈런을 하나씩 터뜨려 콜드게임을 앞당기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순히 화끈한 타격만 한 것도 아니었다. 중국 투수들이 제구 난조를 보이면 침착하게 기다려 볼넷도 10개나 얻어냈고, 오지환과 박해민은 재치있는 번트로 안타를 만들며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기도 했다.

호주전, 일본전에서 한국이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공격력을 약체 중국을 상대로 풀어냈다.

중국 타선을 5회까지 막는데는 투수 3명이면 충분했는데 특히 소형준의 역투가 돋보였다. 선발로 나선 원태인은 연투에 의한 피로 탓인지 구위가 뚝 떨어져 1회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로 몰린 뒤 적시타를 맞고 2실점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회부터 등판한 소형준이 4회까지 3이닝을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로 막아 콜드게임으로 가는 발판을 놓았다. 5회말 마무리(?) 등판한 구창모도 안타 하나를 맞긴 했지만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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