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화학·수소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정유 의존도 줄이기 본격화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정유업계가 친환경 역량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신사업을 추진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정유 4사는 신사업 추진에 한창이다. 전기차 보급으로 향후 석유제품 수요가 점차 줄어들고,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분위기에 맞춰 친환경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 SK이노베이션 울산CLX./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새판짜기를 진행 중이다. 큰 틀에서 전기로의 구조 전환을 준비하면서 청정에너지 생산, 리사이클 밸류체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확장 등에 집중하며 '뉴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위해 배터리 사업에 7조 원을 투입할 방침을 밝히며 수율을 개선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정유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투입해 경쟁사들과의 격차 좁히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SK온은 모기업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2024년 헝가리 이반차 3공장과 옌청 SKOY 공장, 2025년 미국 블루오벌SK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블루오벌SK 공장의 경우 생산능력이 129GWh에 달하는데, 이는 북미 최대 규모다.

이 밖에 신사업 부문에 1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한 만큼 전체 사업구조에서 정유 부문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아랍어:매)'에 본격 돌입하며 석유에서 종합석유화학기업으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9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등 주요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을 개최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글로벌 종합 에너지·화학기업인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2018년 4조8000억 원을 투입해 완공한 1단계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포함하면 총 투자비는 14조 원에 달한다. 

주요 시설로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이 있다.

오는 2026년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석유화학 비중이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에쓰오일은 이외에도 '비전 2030'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친환경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정유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을 키워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HPC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3조 원 이상을 투자한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이다. 지난해 10월 HPC공장 준공식을 가졌으며, 대산공장 내 66만㎡ 부지에 건설된 이 공장에서는 연간 에틸렌 85만 톤, 프로필렌 5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수소 분야에도 정유사 중 가장 적극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 연산 10만 톤 생산계획을 세웠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에 달하는 물량을 생산해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블루수소, 친환경 화학∙소재 등 신사업 이익 비중을 70%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GS칼텍스는 친환경, 바이오, 수소 등을 육성해 정유업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화이트 바이오,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을 주요 신사업으로 제시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MR 기술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연간 30%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GS칼텍스가 지난 2010년부터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에는 CR 기술을 활용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하는 실증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뒤로 하고 미래 준비에 한창이다"라며 "포트 다각화 및 정유업 의존도 줄이기에 시일이 오래 걸리는 만큼 일관된 장기 프로젝트 추진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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