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일본 야구가 통산 세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절대 강자의 위치를 확인했다. '디펜딩 챔피언' 미국을 꺾고 들어올린 우승컵이라 더욱 값졌다.

일본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WBC 결승에서 미국에 3-2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2006년 초대 대회, 2009년 2회 대회에 이어 14년마에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 일본의 우승 확정 후 오타니 등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기뻐하고 있다. /사진=MLB닷컴 홈페이지


미국은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들로 초호화 타선을 꾸려 2017년 4회 대회에 이어 연속 우승을 노렸지만 일본의 저항에 막혀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마운드 운영에서 일본이 미국보다 앞섰다. 선발 이마나가 쇼타를 시작으로 마무리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까지 7명이 이어 던진 일본은 미국의 막강 타선을 산발 9안타 2실점으로 막아냈다. 2실점은 모두 솔로홈런 두 방으로 내준 것으로 집중타를 허용하지 않은 것이 승인이었다.

일본 타선은 총 5안타밖에 못 쳤지만 역시 홈런 두 방으로 맞서며 장타력에서 밀리지 않았다.

미국이 홈런포로 먼저 기세를 올렸다. 2회초 트레이 터너가 이마나가로부터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미국에 리드를 안겼다.

일본도 홈런으로 즉각 반격했다. 돌아선 2회말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미국 선발 메릴 켈리를 동점 솔로포로 두들겼다. 무라카미는 전날 멕시코와 4강전에서 9회말 2타점 역전 끝내기 2루타를 친 기세를 이어갔다.

동점을 만든 이후 일본은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1사 만루 찬스를 이어간 뒤 라스 눗바가 바뀐 투수 애런 루프를 상대로 1루수쪽 땅볼을 쳐 3루주자를 불러들이며 2-1로 역전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4년간 뛰었던 켈리는 선발 중책을 맡았지만 2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동점 허용 후 1사 만루로 몰린 뒤 조기 강판했다. 1⅓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못했다.

일본은 4회말 오카모토 가즈마가 솔로홈런을 날려 3-1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일본의 투수진을 공략하지 못하고 끌려가던 미국은 7회초 무사 1, 2루의 좋은 기회를 잡고도 폴 골드슈미트의 병살타가 나오는 등 후속타 불발로 추격하지 못했다. 그래도 8회초 등판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카일 슈워버가 솔로홈런을 터뜨려 2-3, 한 점 차로 따라붙으며 마지막 반격 희망을 가졌다.

   
▲ 일본의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이 한데 엉겨 기뻐하고 있다. /사진=WBC 홈페이지


일본은 아껴뒀던 승부수를 던졌다. 9회초 오타니를 마무리 투수로 투입했다. 이날 3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두 번이나 출루했던 오타니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운드에 올랐다.

오타니는 선두타자 제프 맥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무키 베츠를 2루수 쪽 병살타로 유도해 위기를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운명처럼 마지막 타자로 미국대표팀 주장이자 LA 에인절스 팀 동료인 최강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했다.

오타니가 풀카운트까지 간 끝에 트라웃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일본의 우승이 확정됐다. 오타니는 글러브와 모자를 집어던지며 마음껏 환호했다. 투타에서 만화같은 활약을 펼치며 일본의 우승을 이끈 오타니는 이견 없이 대회 MVP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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