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대한축구협회(KFA)가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축구인 100명에 대해 스리슬쩍 사면 결정을 내렸다가 거센 반발에 부닥치며 논란이 커지자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재심의를 하기로 했다. 워낙 역풍을 강하게 맞아 사면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 건을 재심의하기 위해 31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축구회관 2층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결의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신속한 재논의를 위해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전했다.

임시 이사회에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사진이 참석할 예정이다.

   
▲ 비위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인에 대해 사면 결정을 내렸던 지난 28일 축구협회 이사회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이사회를 갖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었다. 그 가운데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축구협회는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사면 단행 배경을 설명했다. 사면된 100명의 명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전격적인 사면은 거센 역풍을 맞았다. 한국축구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승부조작 사건 연루자들에 대한 사면 결정을 하면서 여론 수렴 등의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데다, 명분으로 내세운 월드컵 10회 진출과 16강 성적이 사면과 무슨 관계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컸다. 사면 발표를 축구대표팀 A매치(우루과이전) 불과 1시간여를 앞두고 기습적으로 한 것도 대형 이벤트에 슬쩍 묻어 반발이나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축구협회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면에 대한 배경을 문답식으로 해명까지 했다. 하지만 축구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사면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대표팀 경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는 등 팬들의 비판 여론은 가라앚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도 "징계 기록을 삭제하는 규정이 없어 사면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축구협회는 사면초가에 몰린 신세가 됐다.

결국 축구협회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번 사면 조치에 대한 재논의를 하기로 했다. 재논의 결과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축구협회의 행정력에는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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