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정부질문 여야, ‘돌덩이’ 발언·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논쟁 격화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여야가 4일,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와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두고 떠들썩한 설전을 펼쳤다.

여야는 이날 경제 분야를 대상으로 한 대정부질문에서 한일 정상회담과 양곡관리법을 주요 쟁점으로 공방에 나섰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윤 대통령의 방일 정상회담의 성과로 ‘돌덩이를 치웠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한 적절성 시비가 이어져 오랜 시간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윤 대통령이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많은 양보를 했음에도 정작 우리 경제와 산업에 성과를 이끌어낸 것은 없다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의 한일 외교가 ‘빈손·굴욕’ 외교라고 지적했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의 양곡관리법에 대한 질문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외교는 자화자찬이 아닌 국민과 역사, 전 세계의 평가 앞에서 냉정하고 겸허하게 수용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한 총리가 전날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로 강조한 ‘돌덩이’ 발언에 "유감을 표명할 생각이 없냐"고 따져 물었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외교 치적을 만들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양국의 미래를 가로막는 돌덩이로 지칭하는 등 결례를 범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지적에 한 총리는 “분명하게 말씀드리지만 돌덩이의 대상으로 국민을 지칭한 적 없다”며 “한일 관계를 지극히 악화시켜서 과거에 발목 잡히게 만드는 그 문제를 돌덩이라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 한 총리는 “제 발언을 곡해하지 마시라”며 자신의 돌덩이 비유를 야당 의원들이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강하게 맞받았다. 

이에 야당 위원들은 한 총리가 잘못된 비유로 논란이 발생하자 뒤늦게 거짓 해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차라리 일본 총리를 하시라”, “무슨 곡해를 했다는 말이냐”, “답변 태도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고성으로 항의를 이어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접 중재에 나선 끝에야 질의가 진행될 수 있었다.

돌덩이 논쟁으로 전반전을 치룬 여야는 이어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에 적절성을 두고 후반전을 이어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선의를 앞세운 섣부른 시장개입이 시장의 질서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비판하며 “(양곡관리법은) 정치적 이해가 엮이고 덧칠해지면서 악법 중에 악법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이 169석으로 밀어붙인 이 법을 시행했다면 쌀 과잉생산구조는 더욱 고착화되고 농업 경쟁력은 급속도로 후퇴해 국가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면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당연하고 정당한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또 그는 양곡관리법이 야당 단독으로 입법된 것에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면서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야당이 표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것은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넘어 국민의 삶과 쌀값 정상화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면서 “대통령 거부권을 반대하는 여론이 무려 55%가 넘는다.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며 윤석열 정부가 결국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과거 이명박 정부 등에서 쌀 사전 생산 조정으로 과잉생산을 억제한 사례가 있다고 언급하며 “양곡관리법은 사전 생산 조정을 통해 사후적 과잉생산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취지”라면서 “생산 조정을 전제로 한 시장격리 의무화는 10년에서 20년에나 한번 발생할 일”이라며 양곡관리법은 식량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경우 매년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는 신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의무매입’이 법으로 명시될 경우 농민들에게 쌀 생산량을 조절할 동기부여가 마련되지 않는다며, 사전 생산조정과 양곡관리법은이 병행될 수 없다고 재반박에 나서 양곡관리법을 둘러싼 여·야·정의 이견 차이는 끝내 좁혀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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