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전기차 보급 확대 고삐…중국과 주도권 경쟁
전기차 판매량 중국 독주에 위기 의식…韓도 정책 강화 필요
[미디어펜=조성준 기자]미국과 유럽(EU)이 전기차 보급 확대로 모빌리티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탄소중립 친환경 목표 달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의 전기차 생태계를 견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美, 2032년까지 신차 67% 전기차로

뉴욕타임스(NYT) 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12일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배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규제안은 2027~2032년 총판매 차량의 배출가스 한도를 제한해 2032년까지 전체 신차의 3분의2(약 67%)를 전기차로 대체하도록 규정했다.

   
▲ 한국GM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GM 제공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챠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해 왔는데, 이 비율을 훨씬 높인 셈이다.

지난해 입법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동차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금공제를 해주는 인센티브만으로는 기후목표를 달성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규제안도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현지에서는 새 배출가스 규제안이 실행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그 만큼 미국 정부가 전기차로의 전환에 의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NYT도 “현재 5.8%에 불과한 전기차 보급률을 고려하면 EPA의 안은 도전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 한 술 더 뜬 EU…2035년부터 전기차만 판매

EU는 아예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 중지하는 내연기관차 퇴출 법안을 지난달 25일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0월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독일 정부가 요구한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친환경차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전기차 전용 모델 BMW iX./사진=BMW 제공

EU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탄소 배출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친환경차로 보급을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새규정에 따르면 2030∼2034년 EU에서 판매되는 신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에 비해 승용차는 55%, 승합차는 50%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2035년부터는 신규 승용차 및 승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아예 금지된다. 다만 합의에 따라 합성연료(e퓨얼)를 쓰는 내연기관차는 판매를 허용한다.

EU의 내연기관차 퇴출 방침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 美·EU, 전기차 늘려 中 견제…韓에 시사점은

미국과 EU가 다소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전기차 전환에 집중하는 속내에는 중국산 전기차 생태계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적지 않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3대 권역으로 불리는 중국, 유럽, 미국은 판매량 기준으로 중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 중 63.3%(약 500만 대)는 중국에서 팔렸고, 유럽이 20.2%(약 160만 대)로 20.2% , 미국이 10%(80만 대)로 10% 순이었다.

중국의 세계 전기차 판매량 비중은 2020년 47.5%에서 2021년 57.1%, 지난해 63.3%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EU는 미래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후발주자가 되지 않기 위한 본격적인 힘 모으기에 나선 셈이다.

   
▲ 중국 비야디(BYD)의 전기차 모델 '한'./사진=BYD 제공

중국 역시 지난해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 2.0’를 통해 2035년까지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 비중을 50%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EU, 중국의 전기차 패권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2020~2022년 전체의 2% 수준을 유지하며 세계 4위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내수 시장 신차 판매 중에서는 약 10%가 전기차다.

이 같은 수치는 인구에 비해 적지 않은 판매량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국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서 더 나아가 세계 3대 권역처럼 내연기관차 퇴출 내지 탄소배출량 규제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다소 무리한 목표치를 설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며 "고도화된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 곧 전기차 경쟁력이 되므로 우리나라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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