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의료자문으로 인한 소비자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여전히 의료자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부터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금 지급 심사가 강화되면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의료자문이 시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자문은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나 손해사정 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다.

1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MG손해보험·농협손해보험 등 국내 10대 손보사의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시행 건수는 지난해 하반기 2만4805건으로, 전년 동기(2만1862건) 대비 13.5% 증가했다.

   
▲ 의료자문으로 인한 소비자의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나 보험사들은 여전히 의료자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2021년 하반기 1019건에서 지난해 하반기 1871건으로 83.6%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은 한화손해보험이 18.27%로 가장 높았으며, MG손해보험 14.58%, 흥국화재 12.39%, 롯데손해보험 12.17%, KB손해보험 11.64%, DB손해보험 10.48%, 현대해상 8.5%, 메리츠화재 6.21%, 삼성화재 2.19%, 농협손해보험 1.84%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손보사들의 의료자문 건수와 부지급률이 오른 것은 보험금 심사 기준이 엄격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보험사들은 백내장 실손보험 사기가 급증하면서 지난해부터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했다. 병원 등 의료기관들이 백내장 단계와 관계없이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악용해 환자들에 백내장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무차별적인 수술을 권유했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 백내장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백내장 수술건 보험금 심사 시 세극등현미경검사 결과를 제출받고 있다. 기존에는 세극등현미경 영상 없이도 주치의 판단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왔다.

문제는 이로 인해 필요에 의해 백내장 수술을 받고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선량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금 지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미지급 피해구제 신청 건수도 급증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0~2022년)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452건 중 33%에 해당하는 151건이 백내장 수술 관련 내용이었다. 이중 92.7%(140건)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강화한 지난해에 접수됐다.

보험금 미지급 사유는 ‘경증의 백내장이므로 수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67.6%)가 가장 많았다. 이어 ‘부작용이나 합병증 등이 확인되지 않아 입원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는다’(23.8%), 기타(8.6%) 순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백내장 실손보험금 관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 전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심사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백내장 관련 객관적 검사 결과를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 재정 누수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났다”며 “과잉진료 등을 통해 보험금을 수령하게 되면 그 부담이 결국 대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부당청구 등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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