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번호판 미부착 차량 단속 외면으로 "범죄 악용 소지"

자전거 시장 규모 6000억 차량 설치 '자전거 캐리어' 관심 급증
자동차 뒤편 번호판 가림 '단속' 대상, 경찰·구청 책임 떠넘기기
 

[미디어펜=이시경 기자] 자동차 후미에 자전거를 달 수 있는 ‘자전거 캐리어’를 설치할 경우 '보조번호판'을 발급 받아 부착해야 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경찰과 구청에서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대형 차량과 달리 일반 승용차에 설치된 자전거 캐리어는 번호판을 가려 보조번호판을 발급 받아야 한다./사진=연합뉴스

26일 자전거 제조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전거 인구는 1200만명을 넘어섰으며 국내 자전거 시장 규모는 2010년 3160억원에서 지난해 6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자전거 인구가 점차 늘면서 자전거 캐리어도 덩달아 관심 받고 있다. 특히 자동차 뒤편에 자전거를 달고 다닐 수 있는 후미형 캐리어는 보관이 편리하고 큰 힘이 들지 않아 각광받는 추세다.

자전거 캐리어 판매업체인 유일캐리어 측은 "지난해 대비 15~20% 판매율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전거 캐리어 상당수가 자동차 뒤편의 번호판을 가린다는 것이다. 

자전거 캐리어가 자동차 번호판를 가릴 경우 주정차 단속 등을 피할 수 있기에 불법행위다. 다만 고의성 여부에 따라 처벌 수위가 낮아진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 관계자는 “고의로 번호판을 가리면 자동차관리법 81조에 의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지만 자전거 캐리어 등으로 가려져 고의성이 적다고 판단되면 1회 위반 시 30만원, 2회 위반 시 45만원 정도의 과태료를 구청을 통해 청구한다”고 말했다.

번호판 문제로 자전거 캐리어를 설치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2012년 5월2일 제18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자전거 캐리어 등 외부장치 때문에 자동차 번호판이 가려지면 자동차 소유자가 외부장치용 등록번호판인 보조번호판을 신청해 부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울 중구청 자동차관리과 관계자는 “자전거 캐리어로 번호판이 가려진 채 다니면 단속 대상이 된다. 경찰이 단속한 뒤 구청에서 해당 이용객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구청, "관할 부서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보조번호판 미부착 단속과 관련해 담당 부서가 명확하지 않았다.

자전거 이용객이 애용하는 서울숲공원 등 관할 서울 성동구청 측은 교통행정과 자동차관리팀, 교통시설팀 등으로 책임을 떠넘겼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우리 관할은 아니지만 아마 단속하는 부서가 따로 없는 것으로 안다. 전화할 곳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업무담당자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어느 과에서 업무를 담당할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청 자동차관리과는 담당 부서가 아니라며 자동차등록팀에 떠넘겼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은 자전거 이용객이 애용하는 명소로 영등포구청이 관할하는 곳이다.

구청 측은 “보조번호판을 다는 대안이 생겨 따로 단속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단속 담당 부서도 없다고 들었다. 자동차등록팀에 따르면 자전거 캐리어가 번호판을 과도하게 가려도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한다”며 경찰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우리는 번호판만 줄 뿐, 공간 확보는 스스로"

자전거 캐리어 설치 시 번호판이 가려져 단속 대상이 될 경우를 대비해 보조번호판 발급은 필수다. 보조번호판은 차량등록증·본인 신분증을 들고 자전거 캐리어를 장착한 차를 몰고 구청에 가면 직원이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후 구청에서 지정한 제작소로 이동해 보조번호판을 받아서 부착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전거를 취미로 즐기는 김모씨(38)는 “보조번호판 발급 절차나 자전거 캐리어에 다는 방법 등을 알 수 없어 일일이 인터넷을 뒤져 알아냈다. 당시 구청에 신청할 때 도움을 바랐으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곽모씨(42)는 “저가형 캐리어를 샀는데 보조번호판 거치할 자리가 없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번호판 가드와 포맥스 등의 재료를 구입해 직접 낑낑대며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강남구청 자동차등록팀에서는 “보조번호판을 달 수 있는 공간을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서 와야 한다. 우리는 번호판만 줄 뿐이므로 자전거 캐리어를 확인하고 공간이 없으면 번호판을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전거 캐리어 종류에 따라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제품도 있는데 이 경우 이용자가 '알아서' 개조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