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지금까지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돼왔으나, 이날 결정으로 미 전국에서 동성 결혼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미국은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21번째 국가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미국 대법원의 결정은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이뤄졌다. 다수 의견을 낸 5명을 대표해 결정문을 쓴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수정헌법 14조(평등권)는 각 주가 동성 결혼을 허용할 것과 동성 간 결혼이 자신들이 사는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라도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14조는 동성 결혼 지지자들에게 동성과 이성 결혼이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근거로 여겨져 왔는데 대법원이 이날 결정의 논리를 14조에서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결혼은 예로부터 중요한 사회적 제도였지만 "법과 사회의 발전과 동떨어져 홀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성 결혼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결정문은 "동성 커플들의 희망은 비난 속에서 외롭게 살거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의 하나로부터 배제되는 게 아니라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은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의 이정표로, 동성 커플이건 이성 커플이건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는 데에는 차이가 없다"며 "미국은 다시 한번 (자신과 다른) 그룹의 미국인에게 헌법의 약속을 실현할 수 있게됐다"고 밝혔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자신의 소수 의견에서 "성적 취향이나 동성결혼의 확장에 대한 선호에 상관없이 미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오늘의 결정을 기릴 것"이라며 "그러나 헌법을 기리지는 말아달라. 이 결정은 헌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이번 결정이 동성결혼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이성 간의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한 결혼보호법의 부분 위헌 결정, 지난해 10월 5개 주의 동성결혼에 대한 상고 각하 결정 등을 통해 사실상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길을 열어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수년간, 심지어는 수십년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해온 당사자와 지지자들의 승리이자 미국의 승리"라고 밝혔다. 또 트위터 글에서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들이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할 권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재판의 원고이자 게이인 짐 오버게펠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건넸다.

동성 결혼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대법원 건물 앞에 모여 동성애를 의미하는 무지개 깃발 등을 흔들며 역사적 결정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