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청약서 1·2단지 각각 3.42대 1·1.97대 1로 한 자릿수 경쟁률
'고분양가 논란'에 수요자 외면…전문가 "계약률 낮아질 가능성 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KT&G가 시행하고 계룡건설이 시공하는 ‘엘리프 미아역’이 서울 내 역세권 입지에도 불구하고 한 자릿수 청약경쟁률로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았다. 공사비(원자재) 상승에 대한 분양가 반영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 서울 강북구 '엘리프 미아역' 2단지 공사현장./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5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엘리프 미아역은 1단지 36가구 모집에 123명, 2단지 102가구 모집에 201명이 신청해 각각 평균 경쟁률 3.42대 1, 1.97대 1을 기록했다.

전날인 26일 진행한 2순위 청약에서도 1단지 67명, 2단지 66명을 더 받는 데 그쳤다. 1단지와 2단지는 당첨자 발표일이 각각 내달 4일·3일로 달라 중복 청약이 가능했다.

일부 타입에서는 미달이 발생했다. 2단지 전용면적 74㎡C·D는 각각 17가구·16가구 모집에 2순위까지 16명·9명이 신청해 미달됐다. 15가구를 공급하는 74㎡B는 1순위 해당지역에서 모집 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기타지역까지 넘어간 끝에 마감됐다.

엘리프 미아역은 서울시 정책사업인 미아역 역세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단지다. 지하철 4호선 미아역이 성인 남성 기준 도보 1~2분가량 소요되는 등 역이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지는 청약 개시 전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49㎡ 6억78만~6억3143만 원 △59㎡ 7억2808만~7억9258만 원 △74㎡ 9억1498만~9억7041만 원 △84㎡ 10억8716만~11억4263만 원이다. 발코니 확장 및 유상 옵션 등 추가선택품목 포함 시 59㎡는 최고 8억5741만 원, 84㎡는 12억2157만 원까지 오른다.

인근 시세나 주변 단지 청약 결과를 고려했을 때 분양가가 높다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엘리프 미아역과 직선거리로 1㎞가량 떨어진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경우 최초 공급 당시 59㎡ 8억20만~9억2490만 원, 78㎡ 10억630만~11억4780만 원 수준으로 분양해 대규모 미달을 기록한 바 있다. 현재 할인분양 및 9회 무순위 청약 실시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소진되지 못했다.

엘리프 미아역의 경우 칸타빌 수유팰리스처럼 대규모 미달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상승 중인 서울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 역세권 입지 등을 고려하면 한 자릿수 경쟁률은 저조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분양관계자가 예상한 경쟁률보다도 낮은 수치다. 청약 개시 전 엘리프 미아역 분양관계자는 “최근 서울권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추세인 만큼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대 1 이상 나올 것으로 본다”며 “59㎡의 경우 20대 1까지도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 엘리프 미아역 2단지 청약경쟁률./사진=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갈무리


KT&G는 엘리프 미아역 사업지인 옛 궁전회관(궁전예식장) 부지를 지난 2019년 사들인 바 있다. 이번 분양은 부지 매입 이후 약 4년 만이다.

시공사인 계룡건설 측에 따르면 KT&G는 엘리프 미아역 공사도급액을 자기자본으로 자체 부담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리프 미아역 공사계약금액은 1148억288만 원이다. 최근 인건비, 자재비 상승으로 증가한 공사비를 감안하면 분양가 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프 미아역의 경우 역세권 활성화 사업 선정으로 인한 용적률 상향 혜택의 반대 급부로 공공기여시설도 확충해야 해 추가적인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조한 경쟁률은 결국 계약률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분양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당첨자 가운데 평균 20% 이상은 부적격자가 나오는 것으로 본다. 특히 최근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 엘리프 미아역의 경우 1단지와 2단지 중복 청약이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계약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청약 경쟁률이 한 자릿수대로 높지 않은 만큼 계약 과정에서 이탈자가 일부 있을 수 있다”며 “엘리프 미아역의 경우 1·2단지 중복 청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중복된 당첨자가 빠지게 되면 후순위로 밀리게 될텐데, 해당 청약자의 계약 여부가 (계약률에 있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체 9개 주택형 중 2단지 74㎡C·D에서만 미달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바로 옆에 위치한 교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4㎡C·D의 경우 2단지에서 교회와 가까운 남측 끝으로 배치돼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실거주를 고려하는 수요자의 경우 주말 예배 등 행사 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교회 인근 입지를 기피하는 사례가 있다”며 “74㎡C·D는 2단지에서도 교회와 가장 가까운 쪽으로 배정돼 있어 수요자들이 청약 접수를 망설였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엘리프 미아역 분양관계자는 “74㎡의 경우 이른바 '틈새 평형'으로 수요자 선호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며 “84㎡ 가구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59㎡와 74㎡를 고민하던 수요자들이 59㎡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답했다.

한편 엘리프 미아역은 내달 3일 2단지, 4일 1단지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다. 내달 15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정당 계약을 진행한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