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자체 핵무장엔 선 긋고 ‘핵 포함 확장억제’ 명문화
“일본의 재처리·호주 원자력추진잠수함 수준 합의없어 실망” 지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선언 발표를 통해 확장억제 강화 방안으로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워싱턴선언엔 ‘양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이 단독 국가와 핵 운용과 관련한 정보공유나 공동기획을 결정한 것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유사시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에 대한 국민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채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만 확실하게 동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NCG에서 핵전력 사용 공동 기획·정보공유·실전연습까지 운용

NCG는 한미의 국방부 차관보급을 단장으로 구성해 핵 운용에 특화된 심도 깊은 논의를 하는 것이 가능한 협의체이다. 기존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차관급이었지만 상시 소통하는 기구가 아니었던 것에 비해 NCG는 1년에 4차례 열리고, 그 논의 결과는 군 통수권자에게 직접 보고된다.  

또 기존에 차관보급으로 1년에 2차례 열렸던 억제전략위원회(DSC)가 있지만, NCG는 올해 안에도 2~3차례 열릴 예정으로 핵전력을 사용하는 공동 기획 및 정보공유와 실전 연습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워싱턴선언에서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나갈 것이다.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한미 간 기존에 확장억제와 관련한 협의체가 있었으나 NCG 신설로 차별화된 점은 정부급 도상훈련인 셈이다. 이를 통해 한미가 정보공유부터 핵 전략·기획에 함께하고 핵운용까지 공동으로 하게 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앞으로 NSC에서 논의된 것을 통해 범정부적 차원의 도상 시뮬레이션을 할 것”이라며 “내년에 한국의 전략사령부가 창설되면 한미 전략사령부 간 시뮬레이션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NSC “한국형 핵공유는 아냐”…김태효 “핵공유로 느껴질 것”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토식 핵공유’에 비견해 예상되던 ‘한국형 핵공유’와는 거리가 있다. 가령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엔 150기 이상의 전술핵무기(B61 전술핵폭탄)가 실제로 배치돼 있지만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3.04.27./사진=대통령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은 핵 논의에 특화된 최초의 상설협의체로 NCG를 신설했다”면서 “우리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27일(현지시간) 한국언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는 NCG를 사실상의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서 핵공유라고 말할 때는 중대한 의미를 내포한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다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선언에도 ‘한미동맹은 핵억제에 관해 보다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 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하며’라면서도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라고 명시됐다.

“동맹국 양자간 핵운용 공유 최초” vs “美핵작전 때 지원 족쇄만 강화” 

따라서 워싱턴선언은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고, 신냉전 구도가 점점 선명해지는 상황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한미 확장억제를 강화하기 위한 묘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실 다자동맹 차원인 나토식 핵공유도 핵전략 기획에 관여하는 것은 핵보유국인 미국과 영국 뿐이다. 따라서 한미 양자간 핵운용 공유는 획기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동시에 윤석열정부 들어 커지고 있는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주장 등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해 의심하는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차원일 뿐 북한을 압박할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미중 전략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의 핵작전이 있을 때 한국이 재래식 전력으로 지원해야 하는 족쇄가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워싱턴선언에선 NCG 선언 문구보다 앞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NPT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곤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라고 명시돼있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NCG는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큰 걸음이며, 지금까지 시행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며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 등 전략자선의 전개 빈도를 놀리기로 한 것도 미국이 한반도 방어에 광범위한 군사력을 계속 전개할 용의가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일본은 30년 전부터 미국의 재처리 금지방침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쌓아놓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 확보가 필요했는데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NPT 탈퇴 권리마저 공개적으로 포기해 우리 스스로 ‘핵 족쇄’를 강화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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