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와 달리 핵무기 실전배치 없어…‘한반도 비핵화’ 틀 유지
나토 핵보유국 3개국 외 독일 등 5개국에 美핵무기 배치 중
“일본 재처리 권한 보듯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추진이 더 필요”
정성장 “원전에 필요한 5% 저농축우라늄 전량 해외수입 실정”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결과 워싱턴선언을 발표하고 ‘한미 핵협력그룹’(NCG)을 신설하기로 발표한 이후 확장억제 강화 실효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이 핵보복을 두려워할 수 있어야 핵억지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NCG가 그런 기능을 갖고 있는지에 의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국·러시아의 경제보복만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NCG의 주요 내용은 우리가 미국의 핵전략에 대한 정보부터 기획, 운용 과정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재래식 전력과 함께 실전연습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양국의 차관보급 당국자들이 분기마다 만나서 핵과 전략무기 운용에 대한 계획을 논의하고, 핵위기에 대응한 시뮬레이션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놓고 한국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사실상 핵공유”라고 설명한 반면, 미국 NSC 관계자는 “한국형 핵공유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28일 하버드대학교 연설에서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1년 이내에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나토의 다자간 약정보다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토식 핵공유’는 나토 회원국들에 실제로 핵무기가 실전배치돼 있고, NCG는 ‘한반도 비핵화’의 틀을 유지하기로 했으므로, 실효성은 앞으로 운용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미 NCG는 핵무기의 실전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전히 북한에 대한 억제력이 제한적이고, 막상 북한의 핵공격이 있을 경우 미국의 핵대응이 뒤따를지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남기고 있다. 여전히 핵보복은 미국의 선의에 맡겨진 셈이다.  

NCG와 비교되고 있는 ‘나토식 핵기획그룹’(NPG·Nuclear Planning Group)을 살펴보면, 나토 회원국 중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개국이 핵보유국이며 이 밖에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5개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핵기획은 주로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유럽사령부가 맡고 있고, 유럽사령관은 미군이다.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건배하고 있다. 2023.4.26./사진=대통령실

나토 회원국이 모두 29개국이지만 핵기획은 핵을 보유한 국가들끼리 하고 있으며, 핵보유국이 아닌 5개국에 핵무기를 공유한 나라는 미국뿐이며, 미국이 최종 결정을 하고 운용하는 방식이다. 핵공유된 국가는 핵무기 투발을 위한 이중용도 항공기(Dual-Capable Aircraft·DCA)도 따로 지정해 운용하고 있다.

또 핵공유된 국가엔 1960년대에 개발된 항공폭탄인 B61 전술핵폭탄 20발씩이 배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미국은 유럽에 7300여발에 이르는 핵무기를 배치했으나, 냉전 종식으로 숫자가 감소하다가 1999년에는 B61을 제외한 모든 핵무기가 본국으로 철수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소식통을 인용한 언론보도를 통해 ‘한국형 핵공유’가 논의된다는 전망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여론도 상당한 상황이다. 양국의 사전 조율에선 무엇이 포인트였는지 알 수 없으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었다면 보다 실속 있는 협상이 필요했다는 전문가 지적이 주목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일본 수준의 권한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일본은 30년 전부터 미국의 재처리 금지 방침에서 예외를 인정받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쌓아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실장은 “일본은 1968년 체결된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재처리 권리를 얻은 이후에도 1988년 개정된 협정을 통해 현재 약 46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전력공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정도인데도 국내 원전에 필요한 5% 저농축우라늄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은 우리의 에너지안보에 근본적인 취약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실장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지침 개정 및 해제를 이끌어낸 것과 같은 좀 덜 민감한 부분의 성과를 거두는 노력이 있어야 했다”며 “미국이 호주에 한 것처럼 한국에 대해서도 원자력추진잠수함 확보와 관련한 협력을 요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논의없이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우주 분야 협력에 대해서만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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