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조항 두고 의사협회, 간호사 단독 의료행위 허용 반발
간호조무사 자격 '고졸'로 정한 부분도 논란...직역간 갈등 최고조
의협 등 4일부터 부분·총파업 예고...간호법, 의료 대란 번질까 우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정의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야당과 대치하고 있고, 간호협회와 갈등하고 있는 의사협회(의협)·간호조무사협회는 총파업까지 예고하면서 의료 대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논란의 '간호법', 쟁점은 뭘까.

간호법 제정안의 핵심은 의료법 내에 존재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간호사와 전문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를 구분했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의사협회와 치과의사협회 등은 간호법 단독 제정이 다른 직역들의 개별법 난립을 유도해 현행 보건 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제정안의 일부 표현들이 간호사의 단독 의료 행위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추진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등 법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이 진행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피켓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먼저, 제정안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간호법 제1조의 '지역사회'라는 표현이다. 1조에는 '모든 국민이 의료 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여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의사협회 등은 해당 조항에서 '지역사회' 라는 단어가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 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간호법은 간호사라는 한 직역의 이익만을 위한 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간호협회는 간호사의 개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간호법 제정안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수용되지 않은 채 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또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다. 현행법에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로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안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뀌었다.

여기서 문제는 '의사의 처방'이라는 문구다. 의사협회는 의사의 처방만 있다면 어디서든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 건강에 치명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이 되자 해당 문구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수정돼 국회를 통과했다. 

간호조무사들 또한 간호법 제정안에 거세게 반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는 간호조무사의 자격을 '고졸'로 정하고 있다. 이는 현행 의료법의 관련 규정을 따온 것으로, 간호조무사가 되려면 대학을 졸업했어도 직업계고나 간호학원을 다녀야 한다. 간호조무사협회는 '대졸자가 간호학원에 등록해야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은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사면허취소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에 반발해 오는 4일부터 부분 파업과 함께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극한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 대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직역 간 싸움을 붙여 의료 대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방침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바라는 것은 의사와 간호사, 관련 종사자들을 편 가르고 싸움 붙여 의료 대란을 초래하는 것인가"라며 "360만 패싱 간호법이 불러올지도 모를 의료계 혼란, 국민 혼란, 사회적 혼란 등 모든 책임은 민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민주당은 간호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며 즉각 법률을 공포하라고 맞섰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1일 "(윤 대통령) 본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 하신 법"이라며 "그러면(거부권을 행사하면) 굉장히 독특한 분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7일 국회 본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4일 정부로 이송 된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는 이송된 이후 15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