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이용자부모회 "중증 장애인 의사·현실 무시...폐기해야"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자,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 등은 이 조례안이 중증 장애인들의 입장과 현실을 무시하는 것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8일 유호준(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이 낸 해당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8일까지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이 조례안은 장애인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자립 장애인에게 '탈시설'에 따른 공공임대주택, 자립정착금, 활동지원급여, 공공일자리, 장애수당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탈시설 지원 담당 공무원, 장애인 관련 단체 대표자, 관련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두도록 했다.

   
▲ 경기도의회 조례안 반대 시위/사진=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제공


이에 대해 부모회는 24일 유 의원을 면담, 조례안 철회를 요구했다.

부모회는 "시설 이용자의 98.3%가 중증 장애인으로, 이들이 시설에서만 나오면 '자립 가능자'로 바뀔 수 있느냐"며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시설로부터 탈출한다는 의미의 탈시설이 아니라, 거주 중인 시설의 환경을 발전시킴으로써 장애인 주거복지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세심하고 개별적 접근을 해야 함에도, '차별'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모든 장애인을 동일선상에 놓고 획일적으로 접근하는 탈시설 정책에 반대한다"면서 "장애인복지법에는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는데, 정상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탈시설하면 가야 하는 자립지원주택은 단독 가구의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구조와 일대일 돌봄 구조 때문에 인권 침해가 더 빈번할 것이고, 사고의 위험성도 크다"며 "부모 사후에도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서비스를 받고 살아갈 수 있는, 거주시설을 존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 의원은 조례안을 일부 수정, 민관협의체에 탈시설 당사자를 참여시키고, 장애 유형 등을 고려한 관련 분야 전문가를 포함하도록 했다.

   
▲ 수원의 한 장애인 시설/사진=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제공


그러나 부모회는 조례안의 취지가 의심스럽다며, 수정이 아닌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아 부모회장은 "탈시설 조례안은 장애인의 탈시설이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이는 일부 단체가 만든 프레임일 뿐"이라며 "중증 장애인에게 탈시설은 보호의 약화, 건강 악화를 가져오고, 이른 시기의 사망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부산시는 중증 장애인, 발달 장애인과 그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은 무시한 채, 탈시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기도의회도 이에 합류, 탈시설을 강제하는 조례를 입법화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현재 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따라 30인 이하 시설로 유도하고 있으며, 서울시 등은 시설평가 항목에 시설 소규모화를 포함시켰다.

이 문제로 경기도청 앞에서 찬반 시위가 번갈아 개최되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으며, 경기도는 당사자들과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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