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7~8월 예상보다 이른 7일 방한…日정부 요청으로 알려져
바이든, “용기 있고 원칙 있는 일본과의 외교에 감사” 언급
“안보·경제 협력 핵심의제”…3일엔 한일 안보실장회담도 열려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 논의 전망도 나왔지만 대통령실 선긋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12년만에 국빈방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국 방문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은 2일 기시다 일본 총리가 7~8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실무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또한 기시다 총리의 답방은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앞서 이뤄져 예상보다 빨라졌다. 당초 G7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 오는 7~8월쯤으로 예상됐던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일본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3월 17일 일본 도쿄를 떠난 이후 51일 만에 한일 정상이 서울에서 재회하게 됐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는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향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및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등 한일 간 난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주도해온 윤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기시다 총리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언급하며 “용기 있고 원칙 있는 일본과의 외교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는 우리 3국간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그것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으로 한미일 3국의 협력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한일 양측은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이란 기존 정상간 공감대를 재확인하면서 한일·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경제안보협력 심화, 인력교류 활성화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시다 총리가 한국국민을 향해 강제징용 배상 해법에 따른 일본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할지 주목된다. 앞서 일본측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배상 대신 한일 경제단체를 통해 출범하는 미래청년재단에 기금을 내기로 했다. 이번에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일본 전범기업의 기금 출연도 가시화될지 지켜볼 일이다.   

   
▲ 한미일 협력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G7정상회의 계기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번에 한일 양국간 안보 및 경제협력 강화 논의가 핵심 의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첫 만남을 가진 이후 같은 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북핵 위협 대응뿐 아니라 첨단기술, 공급망, 에너지 등 경제안보협력과 남중국해 문제 등 글로벌 안보 이슈에 함께 대응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일각에선 최근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담은 워싱턴선언이 발표된 것과 관련해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가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부인한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한일 간 많은 현안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 경제 협력 문제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선 한일관계 전반에 관한 것은 물론 북한과 지역 및 국제 정세,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1일 YTN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 방한의 의미에 대해 “셔틀 외교 정상화를 빨리 실행하고 G7 정상회의 이전 한국 얘기를 경청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와 관련해선 “굉장히 앞서나간, 부정확한 보도”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NCG를 통해 핵무기 운용에 대한 한미 양자간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 할 일이고, 다른 나라의 참여 여부는 다음 순서의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시다 총리의 답방에 앞서 한일 간 국가안보실장 회담도 예정됐다. 대통령실은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3~4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3일 한일 안보실장회담 및 NSC 경제안보대화를 갖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의 방한은 2014년 야치 쇼타로 국장 이후 처음으로 조 안보실장은 아키바 국장과 함께 기시다 총리 방한 준비를 비롯해 특히 3월 한일 정상회담 계기에 출범에 합의한 한일 NSC 경제안보대화의 출범 회의를 갖고, 공급망, 첨단기술 등 분야에서 한일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대승적 결단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발표한 이후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됐고, 이를 바이든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으로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환대를 받았고, 기시다 총리의 조기 답방이 성사되면서 한일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성과가 기대된다. 윤석열정부의 선제적 외교가 일단 한미일 협력을 강화시키는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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