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정상화로 일본 반도체 수입 원활 가능성↑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요건 완화가 관건…업계 주목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최근 한일 관계가 회복되면서 4년 동안 막혔던 일본 반도체 소재 수입이 원활하게 됐다. 또 최근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1년 유예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반도체 업계의 시급한 난제가 해결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조항은 그대로여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는 개별 기업이 움직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정부의 외교력이 관건인 사안이어서, 향후 정부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제공


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관보에 게재하며 화이트리스트를 복원했다. 이후 일본도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다.

화이트리스트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다. 일본은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피고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확정판결하자 2019년 7월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반도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금지했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했고, 한국 정부는 이에 맞서 같은 해 9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했다. 또 우리의 화이트리스트에 해당하는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일본을 제외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가 입은 타격이다.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 업체 중 4곳이 일본 업체인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의 척을 지게 되니 국내 반도체 업체의 소재 수입이 막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시 국내 업체들은 소재 수입을 위해 발로 뛰어야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수입이 막히면서 해당 소재를 취급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된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양국 간 수출 규제 복원 논의가 시작된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철회했고, 일본은 반도체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했다. 

양국 간 반도체 공급망 공조가 시작된 것이다.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국내 경제 단체장 간 만남을 통해 공조는 더욱 확실해졌다. 기시다 총리와 국내 기업들은 전날 간담회를 갖고 민간 차원의 다양한 경제 협력을 확대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내 업체들은 일본과의 반도체 공조가 공급망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미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대중 수출 통제 유예 조치를 1년 더 연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급한 불은 껐다는 진단이 나온다. 적어도 내년 10월까지는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 미국의 공식 발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지난 수개월간 유예 조치 여부를 놓고 대책 마련에 시급했던 업체들 역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독소조항’으로 불리는 미국의 반도체의 보조금 지급 요건 문제다. 업계에서는 향후 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제품 수율과 내부 회계 명세 등 영업 기밀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비판과 관련해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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