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디커플링…유로화강세·무역수지적자·수급요인 문제
   
▲ 김아영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사진=NH농협은행 제공
달러지수와 달러원환율은 '달러'라는 표현이 공통적으로 사용돼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지만 확연히 다른 의미와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다. 4월 28일 현재 달러지수는 101.66, 달러원환율은 1341원이었다. 각각의 숫자가 나타내는 의미를 살펴보며 차이점을 이해해 보자.

먼저 달러지수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상대적인 가치를 평균화해 지수화한 것이다. 6개국 통화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이며, 각 통화의 비중은 그 국가의 경제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달러 지수의 비교 통화중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58%로 가장 높아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 달러지수가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73년 3월을 기준점(100)으로 미국 달러가 다른 통화에 비해 강하면 달러지수가 오르고, 약하면 달러지수가 내려간다. 

4월 28일 달러지수 101.66은 3월 고점(106)에서 많이 하락한 수치로 미국 달러가 주요 6개국 통화에 비해 약세임을 의미한다.

반면 달러원환율은 달러와 원화 간 교환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달러원 환율이 1341원이면 1달러를 사기 위해 1341원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달러원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1달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달러 강세, 원화 약세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달러지수와 달러원 환율은 0.9에 가까운 상관계수 값을 나타내며 비슷한 방향성을 보여 왔는데, 최근에는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고 고용시장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은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 이에 달러 지수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며 하락 추세이다. 

반면 달러원환율은 높은 변동성 하에서 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며 달러 강세, 원화 약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원화와 달러화의 디커플링 배경을 △유로화 강세 △국내 무역수지 적자 △수급적 요인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확인해보자.

유로화 강세

달러 지수 구성에서 50%를 웃도는 유로화의 반등도 달러 약세 요인이다. 유로화는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초체력(펀더멘털·fundamental) 우려 등으로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따뜻한 날씨와 천연가스 재고 증가로 에너지 위기 우려가 완화되고, 유로존의 양호한 경기와 높은 물가를 바탕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오래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고 있고, 유로화의 강세는 달러지수 하락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내 무역수지 적자

최근 원화 약세의 모습은 예상보다 부진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과 반도체 수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를 보이는 상황이다. 

미-중 갈등 심화와 중국 리오프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회복이 더딘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약화돼 외국인의 국내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외국 자본이 유출될 여지가 커졌다.

수급적 요인

국내 상장사들은 일반적으로 4월에 배당금을 지급한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이 배당금이 지급되는데 외국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만큼 국내 달러 공급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2010년대 이후 매년 4월은 본원소득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다. 

이전까지는 본원소득수지에서 기록한 마이너스가 상품수지 흑자로 상쇄돼 경상수지는 대체로 플러스 영역에 머물렀다. 이에 외환수급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품수지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며, 해외투자자에 대한 배당금 역송금 물량이 달러원 환율에 실질적인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달러지수가 높으면 달러원환율도 높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의 경우처럼 국내외 경제환경에 따라 상반된 방향성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달러강세 혹은 달러약세라는 표현이 달러지수상의 표현인지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강도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한다. /글=김아영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