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어선 1척에 탄 2가족 10여명 신병확보 합동심문 중
국경봉쇄 해제 전 목숨 건 탈출 배경엔 극심한 식량난 추정
“내륙서도 아사자 발생…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험한 탈북”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일가족이 어선을 이용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하는 일이 6년만에 발생했다. 어린이를 포함해 두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우리 관계당국에 신병이 인도돼 조사를 받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관련 질문에 “관계기관에서 귀순의사 확인 등을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해 일가족 귀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을 밝히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군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 밤 북한어선 1척이 NLL을 넘어서 연평도 근처 바다로 향했다. 우리군은 북한어선이 NLL을 넘기 전부터 감시장비를 통해 지켜보다가 작전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한 북한주민은 어린이를 포함해 10명을 넘지 않았으며, 두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실수로 표류한 것이 아니다. 귀순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가정보원와 통일부가 포함된 합동심문기관이 이들에 대한 합동심문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주민이 일가족 단위로 귀순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앞서 마지막 귀순은 지난 2017년 7월 4명의 가족을 포함한 5명이 소형 선박을 타고 동해로 월남한 사례가 있다. 또 2009년 10월 일가족 등 11명이 소형 고기잡이배인 ‘전마선’을 타고 동해로 귀순했다. 2002년 8월엔 세 가족 21명이 어선을 이용해 서해로 귀순했으며, 1987년 2월 김만철 씨 일가 11명이 50톤급 ‘청진호’를 타고 일본과 대만을 거쳐 귀순한 사례도 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 계기 평양시 안의 대학생, 근로청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2022.5.2./사진=뉴스1

귀순자들의 탈북 동기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아직까지 북한의 코로나19 국경봉쇄가 풀리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목숨을 건 귀순 결심을 한 것은 북한의 식량난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2020년부터 경제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8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이번 북한주민의 귀순은 코로나19 때문에 국경봉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을 동반해 탈북을 감행한 것이므로 ‘위험한 탈출’이라는 점에서 이전 사례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 2020년부터 경제난이 심화됐으며, 작년부터 개성시 등 식량산지가 있는 내륙에서도 아사자가 나오는 등 심상치 않다”며 “이번 귀순자들이 서해로 내려온 것을 볼 때 황해도 지역 주민으로 추정이 가능한데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도 탈출하지 않으면 죽을 정도의 심각한 사정이 있으니까 목숨 건 탈북을 감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10월 이후 북중 간 주요 교역 내용을 볼 때 동기 대비 북한의 쌀 수입량이 최대를 기록했다. 그것도 안남미로 불리는 저렴한 장립종을 대량으로 사들여서 내수를 맞추고 있는 것을 볼 때 북한의 식량난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민 입국자는 2019년까지 매년 1000명대를 유지하다가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 등으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선 3월 말 기준으로 34명 입국했다. 탈북민이 급감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국경봉쇄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가족 단위 탈북이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