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국대통령, 1948년 후 한번도 참배한적 없어…윤 대통령 '최초 참배'
기시다, 오부치 1999년 참배 후 2번째…기시다 총리 "양국 관계에 중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1일 주요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함께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나섰다.

한일 정상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공동으로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았다.

특히 이날 공동 참배에는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권준오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제4대 위원장 등 한국인 원폭피해자 10명이 뒤에 앉아 지켜보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이날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에는 일본측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대신을 비롯해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 장관, 아키바 다케오 국장, 아라이 마사요시 총리비서관, 야마다 시게오 외무심의관,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 오노 켄 북동아1과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측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윤덕민 주일대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이충면 외교비서관, 김석기 의원, 신지호 전 의원이 참석했다.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5월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원폭피해자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2023.5.21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7시 35분 위령비를 찾아, 기시다 총리 부부와 만나 악수를 나눴다.

이어 윤 대통령 부부는 기시다 총리의 안내를 받으며 위령비 앞에 도열 후 꽃다발 전달받고, 양국 정상 부부는 테이블 위에 꽃다발을 놓은 후 허리 숙여 10초간 묵념을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향해 재차 목례했다.

그 직후 한일 양국 정상 부부는 원폭 피해자 측에게 목례하고 나섰다.

양국 정상은 이날 굳은 표정으로 참배에 임했고, 별다른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앞서 역대 일본 총리 중에는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1999년 참배한 바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1948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한번도 참배한 적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한국 정상으로선 처음으로 참배했고, 한일 정상 공동 참배로도 처음 하게 됐다.

한일 정상은 공동 참배 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국제회의장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조금 전 윤 대통령 내외분과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기도를 올릴 수 있었다"며 "이것은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그리고 세계 평화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 또한 이날 모두 발언에서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는 것은 최초이며, 한국 대통령이 위령비를 찾아 참배드린 것도 처음"이라며 "오늘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우리 총리님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지난 방한 시 기시다 총리께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기시다 총리의 용기와 결단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