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에 성추행 의혹까지…늦장 대응에 李 리더십 연일 흔들
비명 "쇄신해야" vs 친명 "단결할 때"…계파 갈등 골 더 깊어져
이낙연 귀국 초읽기…구심점 찾은 비명에 李 '용퇴론' 확산 조짐
[미디어펜=최인혁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쇄신을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악재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21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기 논란에 이어 민주당 소속 세종시 의장의 성추행 사건 등 물밀듯 밀려오는 악재에 매번 늦장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겹악재에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쇄신의총을 추진했다. 악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분출되자 당의 총의를 모아 결단에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큰 변화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이에 시험대에 올랐던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연일 흔들리는 중이다. 이 대표가 개인 사법 리스크와 친명계의 부정 의혹을 감싸 안은 탓에 당을 도덕적으로 무감각한 상태로 만들었다고 지목된 영향이다.

   
▲ 2월 16일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정청래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을 이 대표가 바라보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특히 당의 고질병으로 여겨지는 ‘성 비위’ 사건이 연일 발생하는 것에도 이 대표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성 비위 논란은 민주당이 지난 대선 및 총선에서 패배한 원흉으로 꼽힌다. 따라서 쇄신의 최우선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재명 지도부 출범 후 성 비위 의혹에 대한 쇄신은 매번 제자리걸음이다. 쇄신의 대상이 친명계이거나 이들의 측근인 탓으로 여겨진다. 

실제 친명계인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논란 재심은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지만 결론이 무기한 지연 중이다. 최 의원은 지난해 중앙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을 선고받은 뒤 재심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재명 지도부 출범 후 재심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어 정청래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인 정진술 서울 시의원 성 비위 의혹 또한 공개적인 진상조사 또는 입장 표명 없이 제명이라는 꼬리 자르기로 일축됐다. 이번 상병헌 세종시 의장이 동료 의원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물의를 야기하게 된 것에는 경각심을 일깨우지 못한 민주당의 얼렁뚱땅 식 대처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및 김남국 의원발 가상자산 투기 논란만큼은 엄정 대응과 쇄신으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물쩍 넘어가는 방식으로는 부정 의혹으로 얼룩진 당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특히 비명계는 쇄신에 소극적인 내부 목소리에 “정신 나간 소리”라며 “쇄신 없이는 당이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친명계는 여전히 내 편 감싸기식 맹목적 옹호에 나서 당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중이다. 친명을 표방하고 있는 양이원영 의원은 김 의원 가상자산 투기 논란에 대해 ‘마녀사냥’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그는 1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코인 투자를 하는 국민이 600만명이 넘는다”며 “코인 투자 자체를 비도덕적이라고 얘기할 건가”라고 반문하며 가상자산 투기 논란을 감싸 안았다. 부정 의혹에 단일대오로 적극 맞서 위기를 타개하자는 친명계 주장의 일환이다.

하지만 양 의원의 주장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민주당이 쇄신에 나서야 하는 당위성을 증명하고 계파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친명계의 단일대오 주장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비명계의 구심점이 없었던 과거와 달리 박광온 원내대표 탄생을 기점으로 이들의 결집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명의 중심축으로 여겨지는 이낙연 전 대표가 오는 6월 귀국을 앞두고 있다. 

친명계가 “이재명 외 대안이 없다”는 주장으로 유지해왔던 단일대오 명분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따라서 이 대표가 소극적 대응으로 악재 수습의 골든타임을 재차 놓친다면 부실한 리더십에 따른 용퇴론도 점차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