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원 확대·경·공매 대행 서비스 제공 등 골자…지원 대상 늘려
피해자 "전세금 일부라도"…전문가 "민간 계약 정부 보상 어려워"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융 지원 확대 및 경·공매 대행 서비스 제공 등 내용이 포함된 가운데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피해보증금 지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책 마련이 요원해 실효성에 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통해 여야 합의로 마련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272명 중 찬성 243명, 반대 5명, 기권 24명이었다.

앞서 전날인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특별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 내용은 전세사기 피해자 금융 지원 확대 및 정부 경·공매 대행 서비스 제공 등이 골자다.

우선 금융 지원의 경우 근저당권 설정 시점이 아닌 현 시점 최우선변제금을 적용해 최장 10년간 무이자 대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최우선변제금 범위 초과 시 2억4000만 원까지 1.2~2.1% 저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경·공매 대행 서비스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원한다. 정부는 경·공매 비용의 70%를 부담하기로 했다.

이외에 피해자들을 위한 신용 회복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면 최장 20년간 전세 대출금 무이자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또 조세 채권 안분, 우선매수권 부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 활용 등 내용이 포함됐다.

지원 대상 피해자 보증금 범위 또한 기존 3억 원에서 최대 5억 원으로 확대됐다. 전세사기 피해자 외에 깡통전세 피해자, 근린생활시설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경·공매가 개시된 경우 외에 임대인 파산 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도 지원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주거안정 보장 측면에서 이번 특별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당장의 주거안정은 큰 도움이 된다”며 “임차주택 경매낙찰 지원, 공공임대주택 지원, 관련 비용 저리 대출 등 전체적인 내용과 틀은 기존 발표와 동일하지만 지적된 내용을 보완하고 구체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별법의 실효성에 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최우선인 반면, 특별법 내용은 금융 및 공공주택 지원 등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전세계약은 민간·사인 간 계약이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피해금을 보상하는 방법 등은 쉽지 않다”며 “정부 대책이 재발 방지에 집중되더라도 민간시장에서 사기 사건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30대 A씨는 “피해자들은 얼마라도 좋으니 전세금 일부를 돌려받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피해자들이 추가로 대출을 일으켜 거주하라는 것인데 가뜩이나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이중으로 받으라고 하니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특별법 통과를 하루 앞둔 24일 인천에서는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인 4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피해보증금 6500만 원 중 최우선변제금 2700만 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던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만 4번째 피해자 사망 사례다.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확실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을 마련한 야당 측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특별법에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 법이 시행된 이후 6개월마다 정부 보고를 받기로 합의했다”며 “최근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토교통부에서 제시했던 전세사기 재발방지 방안부터 시행하고 실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 문제를 보완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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