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서울의 대표 도심 가운데 하나인 마포. 이곳은 주변에 있던 쓰레기 산이 공원으로 바뀌고, 디지털미디어시티(DMC)라는 특화단지를 통해 도심 변화의 중심지로 거듭났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홀로 소외됐던 곳이 있었으니, 바로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그 주인공.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DMC 사이 매봉산 자락에 위치한 마포 석유비축기지(마포구 성산동 산53-1 일대)는 지난 1974년 석유파동(오일쇼크) 이후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수용 유류 저장시설이다.

이곳은 건설 당시부터 1급 보안시설로 분류돼 시민들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됐다. 위험시설로 지정됨에 따른 통제기간은 비축기지 운영기간 24년에 폐쇄기간 15년을 더해 총 39년에 달한다.

   
▲ 개발시대의 산업유산인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지난 40년간 시민 접근이 철저히 통제돼왔으며, 그동안 지역주민, 자치구청 등에 의한 공원화 사업 건의가 꾸준히 있어져 왔다. / 서울시 제공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1976년∼1978년 시에서 약 26억원의 국고보조금으로, 유류저장탱크 5기(4894만리터), 사무실, 창고, 기계실, 관사(1동), 유류출하대(1기) 등을 건설한 후 한국석유공사에 무상 대부형식으로 위탁 관리됐다.

이후 1999년 12월 ‘2002 한일월드컵’으로 인해 경기장(500m 거리) 인근 위험시설물 및 환경정비 차원에서 비축기지 이전이 결정됐다. 이듬해 11월엔 비축유 이송을 완료하고, 12월 시설폐쇄로 인해 시민들의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이랬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새생명을 얻게 됐다. 개발시대의 산업유산인 이곳이 무려 41년 만에 종합 문화공원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시민 접근이 철저히 통제돼온 이곳을 두고 그동안 지역주민, 자치구청 등에 의한 공원화 사업 건의가 꾸준히 있어져 왔으며, 마침내 결실을 맺게 됐다.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최근 청사진을 확정하고 오는 10월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이에 인근 시민은 오는 2017년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된다. 도시재생의 최신 트렌드에 맞춰 장소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산업유산으로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일명 ‘문화비축기지 조성’으로 불리는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지는 총 14만㎡ 규모로, 유류저장탱크(10만1510㎡), 주차장 부지(3만5212㎡), 산책로(3300㎡)로 구성된다.

특히 주차장 부지는 초기 계획에선 제외됐지만, 검토 끝에 기본설계 과정에서 설계안에 포함, 약 4만㎡가 확대됐다. 이곳과 주변 토지의 경우, 그동안 중소기업전시컨벤션센터, DMC 영상문화 콤플렉스, 미니어쳐도시 등 사업 계획이 검토된 바 있으나, 구체적인 활용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현재로선 시민을 위한 공원조성에 활용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포 석유비축기지에 들어서는 시설은 실로 다양하다. 실내외 공연장, 상설전시장, 정보교류센터 등이며, 1일 최대 1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외부 공간에는 산책로, 야생화정원, 공연마당 등이 마련돼 시민들이 휴식과 함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실내외 공연장, 상설전시장, 정보교류센터 등이 들어서며 1일 최대 1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외부 공간에는 산책로, 야생화정원, 공연마당 등이 마련돼 시민들이 휴식과 함께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해진다. / 서울시 제공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석유 4894만리터를 보관하던 5개의 유류저장탱크 가운데 일부는 해체 후 신축하고, 여기서 해체된 철판을 재조립해 새로운 탱크를 만든다. 나머지는 그대로 존치하거나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접근 불가능한 비축탱크를 둘러싼 암반지대가 진입로 역할을 맡게 된다. 석유비축기지 건설 당시 암반 속에 탱크를 설치하기 위해 암반을 절개 후 탱크를 앉힌 뒤 다시 암반을 복구했던 것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의 과정인 셈이다.

해체된 탱크는 주변의 암반지형, 콘크리트 옹벽과 어울리도록 건물을 신축, 다목적 파빌리온, 실내외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는 탱크는 시민과 학생을 위한 학습공간으로 운영된다.

일부 탱크는 유리천장과 유리벽 형태의 독특한 전시공간으로 조성된다. 기존 탱크 틈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과 파이프 기둥에 의해 마치 울창한 숲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외부의 공간개념을 전환해, 내부는 그대로 둬서 기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외부와 콘크리트 옹벽 바깥부분은 ‘석유비축기지’부터 ‘문화비축기지’까지 40여 년의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장도 마련된다.

새로 지어지는 탱크는 최대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정보교류센터’로, 시민 누구든 도시재생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는 열람실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에서 제외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를 시민들의 품으로 다시 돌려주기 위해 아이디어 공모, 시민토론회, 전문가 워크숍 등 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며 “기존의 산업유산을 무조건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