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기자]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선인 강제 노동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을 확신하던 일본은 심사가 하루 연기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열린 윤병세 외교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회담을 계기로 양측이 조선인 강제 동원 문제가 포함된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 유산 문제에 합의했고 등재는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었다.
일부 시설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일했다는 점을 명시하겠다고 기시다 외무상이 밝히자 윤 장관이 수용할 뜻을 밝혔고 이에 일본은 한국이 추진 중인 백제 역사지구의 세계유산 등재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사안의 핵심인 조선인 노동의 성격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심사 자체가 4일에서 5일로 하루 연기되면서 일본 정부의 계산에 착오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본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의 이번 회의에서 미리 정해진 순서가 변경돼 한국이 추진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먼저 등재되면서 일본은 초조함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한의원연맹 관계자가 "외교장관 회담 때 악수했지만, 완전히 다 채우지 않고 뚜껑을 덮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일본으로서는 성의를 다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5일 오후 열릴 심사 때까지 한국과 일본이 합의하지 못하면 의장국인 독일이 표결 대신 내년 이후로 결정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국은 내년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위원국이지만 일본은 위원국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 경우 일본 정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유산으로 추천한 시설물을 보유한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는 축하 생사를 준비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연기 결정에 이를 보류했다.
기타큐슈(北九州)시 등은 심사가 연기됐다는 연락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대형 스크린으로 유네스코의 심의 장면을 중계하는 행사를 그대로 추진해 참석자를 허탈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결과를 지켜보고자 독일 본을 방문한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일본 나가사키(長崎) 시장은 현지에서 기자들에게 "시민은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최후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 축하의 순간을 끝까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애초 현지시간 4일 오후 3시(한국시간 같은 날 오후 10시) 일본 산업혁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조선인 강제 노동에 관한 한국과 일본 사이의 이견이 계속되자 등재 심사 자체를 5일로 늦추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