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vs 비정규직 이중구조, 귀족노조 기득권만 보호하는 '신분제'
인적자원 경쟁력에 좌우되는 한국경제, 고용 유연성 없어 생산성 불일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 1개월 지났지만 아직 주요 과제인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이해당사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정부가 가장 높은 벽에 맞부딪힌 것이 바로 '노동개혁'이다.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단독으로 이 노란봉투법을 의결한 것이 노동개혁의 어려움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당장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노란봉투법은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아니고 친노조 성향인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어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기존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악명이 높다. 노동의 자유·계약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할 뿐더러, 기업이 아닌 노동자·노조에게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 5월 31일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실제로 전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국가경쟁력 지표로 꼽히는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및 WEF(세계경제포럼)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거시적 경제 안정성·경제적 성과·ICT 보급 등 기본 경제 여건·인프라에서 높게 나타나는 반면, 노동시장 분야는 매년 한국의 순위를 낮추는 대표적인 평가부문으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 평가지표 중에서도 노사관계·노사협력·노동자 권리는 조사대상국에서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분야의 낮은 경쟁력이 한국의 전체 국가경쟁력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쟁점으로 떠오른 노란봉투법의 경우도 해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입법이다. 이 법안은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기업의 입증 책임을 강화해, 사실상 노조의 파업을 대놓고 조장하는 악영향을 끼친다.

반대로 지난 1일 미국에서는 노조가 기업 재산을 보호하려는 조치 없이 파업해 손실이 발생한 경우, 기업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정도다. 한국과 대조적이다.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작성한 판결문 다수 의견에는 "노조가 위험을 줄이고자 합리적 예방 조치를 하지 않고, 기업 재산을 위험에 빠트리기 위해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고 명시했다.

윤정부의 노동개혁 과제, 어떤 세부 방향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1년 전 취임한 이후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통한 노동 유연성 제고, 노조회계 관리 강화를 통한 투명성 확보, 건설현장 폭력 등 일선의 불법 행위 근절 등에 나섰다.

일명 '귀족노조'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제반 환경의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고용 세습을 확실히 뿌리 뽑겠다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노동 유연성을 키워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이는 한국경제 위기가 '고용 유연성이 없어 생산성과 임금이 불일치한다'는 것에 기인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으로 갈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 또한 이 고용 유연성의 문제이고, 귀족노조의 기득권이 구축되어 있기에 이를 타파해야 한다는 통렬한 지적이다.

윤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인적자원의 경쟁력으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사사건건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것이 전체 국가경쟁력을 좀먹을 가능성이 높다. 외부의 지적처럼 말이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높은 장벽을 넘어 노동개혁을 성공하려면, 최우선적으로 내년 열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으로는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뜯어고치기 어렵다. 입법 외에는 실효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총선 승리 후에는 디테일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끌어올리는 입법에 집중하되, 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경우 미국 노동법에 따른다는 식의 조약을 미국 정부와 맺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미국 노동법의 실사례를 이 땅에서 직접 겪어본다면, 높은 생산성에 따른 성과주의를 제대로 경험한다면, 노조의 기득권이 무의미하고 기업 친화적인 제도가 각 근로자 개인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칠지 체득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