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자문회사 규제 절실히 필요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반대 의견을 내며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힘을 실어준 가운데 ISS가 제시한 보고서가 ‘엉터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개인회사인 ISS는 크게 권위를 부여할 만한 곳도 아니며 자신의 이해관계로 인해 엘리엇의 편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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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반대 의견을 낸 가운데 ISS가 제시한 보고서가 객관석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연합뉴스 |
앞서 지난 3일 ISS는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된 삼성물산 주가와 고평가된 제일모직 주가의 결합은 이 거래가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주장하며 합병을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삼성전자 지분 등 보유 자산가치가 큰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제일모직의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시가를 기준으로 1대 0.35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는 불리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ISS는 합병비율이 국내법에 따라 결정됨을 인정하면서도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11만 원을 삼성물산 목표주가로 제시했고 이를 근거로 1대 0.95라는 비현실적 합병비율을 권고했다.
ISS 보고서와 관련해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합병과 관련해서 종합적인 판단은 시장에서 나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당일 날을 보면 두 회사의 주가가 약 15%씩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합병을 통해 회사가 좋아진다는 점을 동의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ISS가 합병을 반대하는 보고서를 내려면 시장의 반응이 왜 잘 못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지만 그러한 설명을 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ISS가 단순히 자기들 나름대로 분석을 통해 삼성물산의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얘기한다면 이 보고서는 바보 같은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ISS가 권고한 비현실적인 합병비율도 언급했다. 신 교수는 “ISS 보고서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삼성물산 주가는 한 번도 10만 원을 넘은 적이 없는데 ISS는 11만 원을 목표주가로 제시했다”며 “도달한 적도 없는 가격을 책정해서 시장보고서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측도 ISS는 삼성물산이 50% 저평가, 제일모직이 41% 고평가됐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가치를 산정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바이오사업의 가치를 시장은 7조5000억 원으로 평가하는데 ISS는 불과 1조5000억 원의 가치만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S의 객관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의결권 자문회사가 의결권이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결권 자문회사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해관계 때문에 한쪽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
특히 ISS의 경우 기본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들과 철학이 완전히 다르다. ISS는 1985년 세워졌으며 모건스탠리 계열 모건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 바라의 자회사다.
현재 ISS는 2014년 사모펀드인 베스타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베스타는 투자은행인 퍼스트 보스턴의 차입매수팀 멤버들이 회사를 나와 1988년 만든 펀드다. 이를 보면 이 사람들의 철학은 행동주의 헤치펀드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신 교수는 “기본적으로 사업하는 회사의 경영자들하고 행동주의 헤치펀드 하고는 철학이 다르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사업을 키워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지만 행동주의 헤치펀드는 당장 돈을 벌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ISS의 소유구조를 봤을 때 헤치펀드 편을 들 가능성이 큰데 이것이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결론적으로 국내에서 ISS보고서에 치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단지 참고 자료일 뿐 100% 자기의 판단 기준에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