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지명 안 했는데 지명된 것 같은, 언론의 청문회 정국
대통령실 "특보라 전달" 선긋기…"은폐와 축소" vs "청문회 과정 있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으로 지명을 안 했는데 사실상 지명된 것 같은, 지금 언론의 청문회 정국이 벌어져서 이미 국회에서도 여야가 싸우고 있는 이런 상황이 좀 '기괴한 것' 같다."

"기자님이 (본인의) 질문에 답까지 하셨습니다. 매우 '기괴한' 상황이죠."

지난 8일 대통령실에서 있었던 기자와 핵심 관계자 간의 질의-답변 내용이다. 바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아들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서다.

현재의 청문회 정국이 기괴한 이유는, 누가 봐도 이상하고 삐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과 관계의 순서가 어긋나 있다.

이동관 특보에 대해 현재 알려진건, 이 시점에서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이 유력하다'는 세간의 설 뿐이다.

대통령실은 이 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가 공식 입장이다.

인사권자와 후보자라 하더라도 당사자끼리 인선에 대해 확정된 것이 없다. 그런데 세간의 평이 커진 끝에 정치권 이슈 한복판으로 올라온 것이다. 말이 말을 낳는, 그야말로 '기괴한' 상황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8일 기자들을 만나 이 특보의 아들 학폭 관련 입장문을 대통령실에서 대신 배포한 것에 대해 "내용을 전달한 건 이동관 특보, 대통령의 특보이기 때문에 전달까지는 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특히 이 관계자는 "언젠가 언급을 해야될 때가 올 수도 있겠죠?"라며 "그럼 그때 자세하게 얘기하는 걸로 하고, 지금 전달은 했지만, 그 내용에 대해 여러분과 얘기 나누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 상황 속에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 2018년 3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 등이 차에 탄 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학폭 가해자, 현실판 '연진이'를 감싸며 잘못을 부정하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서영교 최고위원 또한 이날 "(이 특보 아들이 피해자) 머리를 책상에 300번을 박게 했다고 한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며 공분하면서 "침대 위에 올려놓고 (피해자를) 밟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특보가 낸 입장문에 대해 "은폐와 축소로 가득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대변인은 논평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5명에 이른다는 보도와 기록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 특보가 거론한 화해한 피해자는 단 한 명뿐"이라며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제대로 밝히지도 않고 화해만 강조하고 있는데, 피해자 한 명과 화해하면 학폭 사실이 없어지나"라고 반문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이번 일은) 제2의 '정순신 사태'"라고 규정했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이어 "'아빠 찬스' 돌려막기 인사"라며 "언론장악을 감행하려고 자격 없는 사람을 밀어붙이겠다는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방송통신위원장 내정이 사실이라면 청문회를 열고 학폭 논란의 진위 여부를 따지면 될 것이라며 '엄호 모드'에 들어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지명된다면 청문회 과정도 있고, (그때 가서) 그 부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나"며 "특보라는 것이 언론이나 이런 분야의 특보로, 정치적으로 문제 삼을 그런 소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또한 SBS 라디오에 나와 "관련 자료를 나름대로 검증해 보니까 '일방적 학폭이 아니라 서로 싸웠다', '지금도 굉장히 사이가 좋다', '강제 전학 시킬때도 상대방 학생, 학부모가 오히려 반대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더 논의해야 할 사항 같다"고 설명했다.

이 특보는 이번에 낸 아들의 학폭 관련 입장문을 통해 "최근 야당 대표까지 나서 무차별한 '카더라'식 폭로를 지속하고, 이것이 왜곡 과장되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상황에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으로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관련 학생들에게 정신적,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는 자신의 입장문에서 "해당 사건이 불거진 2015년 당시 학교 관계자 인터뷰 보도와 각종 회의 발언 및 최근 확보된 당시 관계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며 "상호간 물리적 다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적 가해 상황이 아니고 인터넷 등에 떠도는 학폭 행태는 사실과 동떨어진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특보는 "1학년 당시 당사자 간에 이미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며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른바 진술서 등을 토대로 심각한 학교 폭력이라고 유포된 내용은 근거가 희박하며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사자 둘은 고교 졸업 후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사이이다, 학폭 피해자였다면 있을 수 없고,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언론에 유출된 진술서는 사본으로 서명과 작성 날짜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당시 사안은 '당사자들이 화해하고, 처벌을 불원한 케이스'로 9가지 징계 처분 중 제2호(접촉-보복 금지 등) 또는 제3호(교내 봉사)에 해당하는 경징계 대상"이라며 "그럼에도 시범케이스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 같다는 게 복수의 학폭 전문변호사 견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