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익률과 국익 차원서 합병 찬성해야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글로벌 투기자본들이 연합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2 건의 가처분 소송 건에 대해 삼성측에 손을 들어줬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반대 의견을 내면서 엘리엇쪽으로 기울 듯 했지만 다시 수평을 유지하게 됐다. 그럼에 따라 삼성은 우군을 얻게 됐지만 공은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매니저먼트는 이달 17일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까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가진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손이 간절히 필요하다.

또한, 국민연금은 삼성과 엘리엇의 분쟁을 국익(國益)의 관점으로 보고 합병의 찬·반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국민연금은 오는 10일 삼성물산 합병의 찬반행사 권한을 투자위원회를 열고 내부에서 결정할지 의결권위에 넘길 것인지 결정한다./사진=미디어펜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10일 삼성물산 합병의 찬반행사 권한을 투자위원회를 열고 내부에서 결정할지 의결권위에 넘길 것인지 결정한다.

국민연금 의결권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하지 못하는 민감한 내용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권을 행사한다.

국민연금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등 여러가지 자료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SS는 합병 절차가 법을 준수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했다. 하지만 ISS가 객관적이지 못한 방법을 통한 가치 산정으로 주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ISS와 협약을 체결하고 자문대로 한다고 하지만 ISS 근거는 상당히 왜곡돼 있으므로 국민연금이 이 근거에 따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자문을 받아드려서 합병을 반대한다면 국가적인 재앙이 되고 국민연금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손실이 크다. 합병을 반대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투자 수익을 올려야 하지만 국익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한계가 설정돼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국민의 생명과 복지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엘리엇이 한국경제에 잘한 게 있는지 모르겠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대로 삼성물산이 갖고 있는 주식 배당을 늘린다고 기업이 좋아지거나 국가 경제가 좋아지거나 국익이 좋아지는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은 문제가 있다고 한들 한국경제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 앞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국민연금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국익 차원을 고려하지 않더라고 합병이 불발되게 되면 주식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보기 때문에 투자수익 차원에서도 합병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는 “국민연금이 국익의 관점으로 보고 합병을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익으로 봤을 때도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국민연금이 행동주의 펀드처럼 수익을 얻고자 한다 해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후 기대만으로 20% 이익을 올렸는데 투자이익 부분에서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