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시장, 고품질 선호·공격적 투자로 한국 텃밭 노릇
중국 2년 새 EU 시장 점유율 2배 껑충…시장 재편 중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전기차용 배터리 선도 시장인 유럽연합(EU)에서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EU는 당초 한국 기업들의 텃밭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EU 시장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막강한 경쟁상대로 급부상했다.

EU는 미국처럼 중국 기업들을 배척하지 않고 있다. 유럽에 이미 많이 보급된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의 진출을 반기는 모양새다.

중국 배터리가 EU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EU 시장, 일본 밀어낸 한국 독무대?

한국은 EU 시장에서 2021년 배터리 시장 점유율 70.6%를 차지하는 등 사실상 독주해왔다. 

EU에서 한국 배터리가 잘 팔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EU는 친환경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세계에서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권역이다.

   
▲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또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소위 '독3사'를 위시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가 즐비하다. 

이들이 개발한 전기차에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를 탑재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시장 초반 일본이 쥐고 있던 주도권을 한국 기업들이 탈환한 것이다.

파나소닉 등 일본 배터리 기업들은 유럽에서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에게 시장을 완전히 뺏기면서 세계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크게 상실했다. 사실상 유럽 시장은 세계 배터리 주도권의 척도인 셈이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던 것도 유럽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 중국은 전기차 보급을 시작한 이후 자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에게 보조금 지급을 통해 산업을 육성해왔다. 

한국 기업들은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올해부터 끊겼지만 IRA 등의 이유로 계속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한국 기업으로선 유럽에서 시장을 장악해야만 중국 기업들과 주도권 다툼을 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 중국, 2년 사이 EU 시장 점유율 2배로

EU 배터리 시장은 최근 한국 독주에서 중국과의 2파전 양상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2020년 14.9%에서 지난해 34.0%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68.2%에서 63.5%로 떨어졌다.

   
▲ 중국 푸젠성 닝더시 소재 CATL 본사./사진=CATL 홈페이지 캡처


EU는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수 시장에 이어 EU 시장까지 잠식해 나간다면 한국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유럽 현지 생산시설 건립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CATL은 독일 튀링겐 주에서 8GWh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데브레첸에도 73억 유로(약 10조 원)를 들여 연간 생산 용량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CATL은 2028년까지 독일과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 신·증설을 통해 총 200GWh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물론 한국 기업들도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2022년 말 기준 한국 배터리 3사의 EU 내 생산 능력이 116.5GWh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CATL의 목표치는 위협적이다.

업계에서는 한국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가성비 배터리 개발을 신속하게 진행해 중국의 EU 시장 가격경쟁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EU 완성차들은 배터리 품질을 우선시하며 중국 배터리 사용을 꺼려왔으나 중국의 LFP 배터리 등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선택 조건으로 가격 경쟁력이 부상했다.

통상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배터리가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EU는 물론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침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럽 시장 점유율은 글로벌 배터리 주도권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 업체들이 유럽에서의 판매 확대에 집중하는 사이 LFP 등 다양한 배터리 대응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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