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IRP 만기 길게, 대출 '단기변동금리', 장기채·적립식투자 추천
   
▲ 최재현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사진=NH농협은행 제공
지난해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를 넘어섰을 때 한국은 6%를 넘어섰다. 러-우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이슈 등 다양한 방면에서 높아진 물가상승을 미국,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물가상승이 둔화됐지만 공격적인 금리인상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지방은행 위기를 만들었고 경기전반에 부담을 줬다. 

현재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시장은 경기 과열과 침체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는 중으로, 연준에서는 연말까지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은 이미 금리하락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파른 금리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리스크를 확대하고, 시중 유동성을 축소하는 등 경기둔화를 야기한다. 이후 물가와 경기가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경기침체기가 오면 중앙은행에서는 금리를 인하해 경기에 활력을 넣기 시작한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면서 시장의 금리가 하락하는 앞으로의 금리하락기에는 어떤 전략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좋을까.

금리하락기, 예금·대출에 대한 전략은?

향후 금리 하락기를 고려해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 관련 상품 가입은 가입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예금은 1년보다 만기가 긴 상품을 가입할 수 있으며, 개인형 퇴직연금(IRP)도 3·5년 만기 예금을 선택해 꾸준히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시중에서 판매 중인 저축보험 중에는 장기간 확정금리를 제공해주는 상품이 있으니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

대출금리의 경우 장기금리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에서 주로 사용되는 '5년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전환) 금리'가 작년 12월 5%대 수준에서 6개월 만에 3%대까지 내려왔다.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 상품이,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 상품이 금융소비자에게 유리한 만큼, 장기금리와 단기 변동금리(6·12개월)의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면, 단기 변동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수 있다.

금리하락기 추천 투자상품 및 전략

채권은 금리가 떨어졌을 때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 개인 순매수액은 19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채권 직접 투자도 16조원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금리 하락기를 예측하고 수익을 얻기 위해 채권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채권 중 금리 하락폭이 낮더라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장기채'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채권금리가 1%포인트(p) 하락했다고 가정할 때 만기가 1년 남은 채권은 1%만큼의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만기가 10년 남은 채권은 1%의 10배인 '10%'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서는 장기채의 수익이 높아질 수 있다.

주식투자는 '적립식 투자'를 추천한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 시 주식시장은 늘어나는 유동성, 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로 일시적 상승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전망이 좋지 않거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된다면 주가는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우량주 위주 적립식 투자로 단기적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환율 변동성 전망 및 리스크 관리 전략

원-달러 환율은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은 달러가치를 높이면서 환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켰으나, 미국 긴축정책의 강도가 약해짐에 따라 환율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또 반도체 사이클이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과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필두로 국내 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출의 증가, 주식시장으로의 외화자본 유입 등은 환율을 하락하게 하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100~1200원 사이의 밴드 내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해 달러자산 비중 축소를 추천한다. 또 해외펀드 등에 투자할 때에는 가능하면 '헷지형 상품'을 활용해 환차손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금리하락은 언제부터 시작될 것인가

물가상승이 안정되어가는 추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3.3%까지 하락해있어 빠른 시일 내에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서 미리 많은 자금들이 금리인하기 유망 자산인 '국채'에 투자되고 있으며, 앞으로 경기회복기 유망주 위주의 주식투자를 시작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방향이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고, 이에 따른 국내 시장의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처럼 고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는 형편이다. 또 경기 침체기 진입에 대한 충격으로 금리는 인하하지만 장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기는 현재 확실히 알 수 없기에 이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보수적인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보도록 하자. /글=최재현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