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위기 해결하려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
매출‧영업이익 전년 대비 상승, 재무구조도 안정적
매출 중 건축 81.3%‧토목 18.7%…사업 비중 편중 아쉬워
포트폴리오 다양화 통해 지속가능성 성장 기반 다져야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신입생 시절보다 학문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성적이 부진해지는 등 방황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다른 분야에도 두루 쓰인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올해 2년차를 맞은 건설사 대표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건설사 대표들이 징크스를 딛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2년차 징크스 극복기④-DL건설]'주택통' 곽수윤 대표, 신사업 발굴 성공할까

[미디어펜=성동규 기자]곽수윤 DL건설 대표이사가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곽 대표는 지난해 11월 중도사퇴한 조남창 전 대표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합병 이후 악화일로 실적을 개선하고 그룹 모태(대림산업) 출신을 중용, 상호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곽 대표는 고려개발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 8년 만에 졸업시키는 등 이미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받은 전례가 있다. 그는 그룹의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 2년 차인 올해 첫 분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다만 과도하게 높은 원가율 관리와 주택사업에 치중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시급하다. 그룹 계열사와 사업 연계를 통해 신사업 전략을 조속히 구체화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곽수윤 DL건설 대표이사 약력 : 1968년생. 서울대 건축학과 학사. 1992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 입사. 2012년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 건축기술팀장. 2015년 대림산업 주택기획담당 상무. 2018년 고려개발 대표이사 전무. 2020년 대림건설 경영혁신본부장. 2021년 DL건설 주택건축사업본부장. 2022년 DL건설 대표이사 부사장(현)/사진=DL건설 제공


◆외형‧수익성 동반 성장…안정적인 재무구조

곽 대표는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비상경영체제를 언급하며 "올해 외형 성장보다는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관리 관점에서 수주전략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및 금리 인상에 따른 미분양에 대비해 도시정비와 일반건축, 디벨로퍼 등 분양 위험이 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전략이 통했다. DL건설의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은 5153억만원, 영업이익은 104억만원으로 곽 대표가 경영일선으로 나서기 전인 전년 동기(매출액 3333억만원, 영업이익 39억만원)와 비교해 각각 54.6%, 165.4% 증가했다.

다만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한 이후 DL건설로 사명을 변경하고 새로이 출범한 원년인 2021년 1분기(매출액 4175억원, 영업이익 630억원)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3.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83.5%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 감소 배경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여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1년 1분기 80.5%였던 매출 원가율은 지난해 1분기 91.7% 올해 1분기 94%로 뛰었다. 

15.1%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2%로 곤두박질쳤다가 올해 2%로 소폭 반등했다. 영업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판매비와 관리비를 줄이는 등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비용 관리에 성공한 결과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라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DL건설의 부채비율은 2021년 88.5%, 지난해 66.5%, 올해 81.4%로 100% 미만을 유지하며 건설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 중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보강 규모도 1000억원을 밑돈다.

   
▲ (단위:억원)./자료=전자공시시스템


◆토목사업 낮은 비중 아쉬워…포트폴리오 다각화 과제

더욱이 수주 실적을 빠르게 쌓아 올리고 있는 데다 수주잔고도 두둑하다는 점은 실적 반등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1분기 신규 수주액은 2588억원으로 전녕 동기(1156억원)와 비교해 123.8% 늘었다.

DL건설은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주택건축 부문 중 도시정비 신규수주액은 지난해 81억원에서 올해 1123억원으로 약 14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도급 수주액은 663억원에서 483억원으로 줄어든 것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곽 대표는 1992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에 입사해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본사와 현장 등 여러 부문을 거치면서 키워온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는 주택 수요 위축과 거시경제 여건저하로 분양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요 진행사업장 분양실적이 저하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해당사업장 분양과 입주율과 공사비 회수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이와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DL건설의 미청구공사액이 전분기에 비해 934억원이나 늘었다. 미청구공사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니다. 건설사가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대금으로 공정률에 따라 시차가 발생, 착공 후 얼마 되지 않은 현장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

분양 시장이 호황일 때는 무난히 분양을 완료한 후 발주처와 정산해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미분양이 대거 발생하거나 최근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시공비 인상 갈등 등 발주처와 이견이 생기면 공사비를 온전히 회수하기 어렵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DL건설의 올해 1분기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건축 81.3%, 토목 18.7%로 편중되어 있다. 지난해(건축 74.2%‧토목 25.8%), 2021년(건축 75.3%‧토목 24.7%)보다 쏠림현상이 심화한 셈이다.

   
▲ 인천 항동 드림물류센터 전경./사진=DL건설 제공


◆DL건설, '디벨로퍼'로 한 단계 도약 시동 건다

최근 몇 년 사이 경쟁사들이 해외사업 확대와 미래 교통수단, 친환경 신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주택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잠재적으로 건설사의 성장동력을 꺼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DL건설도 이런 흐름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차근차근 디벨로퍼로의 체질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주택건축사업본부내 디벨로퍼팀을 구축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관련 인력 충원을 마무리했다.

여러 분야 중에서도 물류센터에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2020년과 2021년 도급계약을 맺었던 △인천 항동 드림물류센터 △인천 서구 원창동 복합물류센터 △인천 석남동 복합물류센터 등이 지난 4월과 5월 준공을 마쳐 매출로 인식될 예정이다.

1594억5900만원 규모 경기 시화MTV 물류센터, 2183억5700만원 규모 양산 북정동 물류센터 신축공사, 1830억원 규모 인천 도화물류터미널 신축공사 사업을 진행 중으로 내년과 오는 2025년 상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시행사와 함께 지분 투자가 가능할 정도로 현금 여력이 높은 편이어서 향후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DL건설의 1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5613억8665만원으로 전년보다 9.59%(491억4856만원)늘었다.

DL건설 관계자는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서의 역략을 키우고 토목사업을 강화해 주택사업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각할 계획이다"면서 "주택건축사업본부 내 디벨로퍼팀을 신설하고 최근 관련 인력을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국내에선 데이터센터 단순 시공을 넘어 디벨로퍼 사업자로서 개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시행 마진 확보를 통해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부담 증가를 상쇄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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