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주식수 1.75배 규모의 유상증자 단행 "신뢰 저버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 20일 CJ CGV가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공시가 나온 이후, CJ CGV 주가가 급락함은 물론 CJ 계열사들의 주가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CJ CGV는 이미 지난달 31일에도 전환사채(CB) 발행 공시를 내며 주주들의 속앓이를 시킨 전례가 있다. 주주들은 사측의 조치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 지난 20일 CJ CGV가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공시가 나온 이후, CJ CGV 주가가 급락함은 물론 CJ 계열사들의 주가까지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J CGV 유상증자 여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시작점은 지난 20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3곳이다.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원래도 기존 주주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한다. 주식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존 주식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유증의 충격이 유독 더욱 큰 이유는 우선 그 막대한 규모 때문이다. 

이번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7470만주로 증자 전 발행주식수(4772만8537주)의 1.75배에 달한다. 아울러 신주발행 예정가액은 7630원이다. 신주는 많고 가격은 낮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주식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예정가액은 6월20일 당시 주가(약 1만4500원)의 절반 수준으로 후려친 것이다. 회사 측에서 먼저 나서서 ‘주가를 지금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고 예고한 꼴이다. 

기존에 CJ CGV 주식을 들고 있던 주주들로선 ‘폭탄선언’이나 다름없는 공시였다. 당연히 CJ CGV 종목토론방은 물론 주식 카페 내부의 여론은 폭발 직전이다. 심지어 CJ CGV 주식을 들고 있지 않은 주주들마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유증에 대한 일종의 ‘불매(참여거부)’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쉽게 볼 수 있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1만5000원 수준에서 바닥을 형성하는 듯 보였던 주가는 ‘지하실’을 파기 시작했다. 23일인 이날엔 결국 주가가 1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자금이 필요하면 유증을 할 수는 있지만 이번 사례는 매우 질이 나쁘다는 게 시장 안팎의 중론이다. 작년 7월에도 CJ CGV는 4000억원 규모 CB 발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이때 대규모 미매각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들은 CJ·CJ CGV 측과 어떠한 정보공유도 받지 못한 채 이번 뉴스를 당혹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주사인 CJ 주주들도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CJ CGV 경영이 악화되던 시점부터 CJ는 계속 해서 CJ CGV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면 CJ가 지난 3년간 CJ CGV에 투입한 자금만 약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주주와의 신뢰 측면에서 매우 좋지 않은 사례로 남을 것”이라면서 “다른 계열사 주주들의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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