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50억 달러 규모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
1975년 사우디 시장 진출 이후 반세기간 신뢰 다진 결과
정부 지원 '원팀코리아' 출범 후 최대 성과…'K건설' 입지
[미디어펜=김준희 기자]‘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 회장이 뿌린 씨앗이 반세기 만에 열매를 맺었다.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역대 최대 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제2의 ‘중동 붐’ 조성에 시동을 걸었다.

   
▲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사진=현대자동차그룹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에 위치한 아람코 본사에서 50억 달러(한화 약 6조5000억 원) 규모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패키지4(유틸리티 기반시설)’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가 발주한 사우디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이다. 사우디 유전 중심지인 담맘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주베일에 위치하며 기존 사토프 정유공장과 통합 조성된다.

현대건설은 이번 프로젝트 중 패키지 1과 4 공사를 수행한다. 패키지 1은 아미랄 프로젝트 핵심인 혼합 크래커(MFC)를 건설하는 공사다.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연간 165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패키지 4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외 기반설비, 탱크, 출하설비 등을 포함한 시설 건설공사다.

현대건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세계적인 기술력과 EPC(설계·조달·시공)의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주는 현대건설이 반세기에 걸쳐 사우디에서 다져놓은 신뢰관계가 만들어낸 결과다.

현대건설의 사우디 진출 역사는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인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건설은 ‘20세기 최대의 역사’로 불리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1970년대 ‘중동 건설붐’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계약 총액 9억6000만 달러로 이는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현대건설은 육상과 해상 등 다양한 공종이 종합된 해당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기술력과 역량을 인정받아 본격적으로 해외건설 진출 기틀을 마련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진출 이후 해외건설협회 집계 실적 기준 약 50여년간 총 170여건, 약 232억 달러 규모 공사를 수행해왔다. 1억992만 달러 규모 ‘하일-알 주프 380k㎸ 송전선’ 등 송변전 공사를 비롯해 항만, 담수시설, 고속도로, 내무성 청사 등 사우디 주요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특히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꼽히는 아람코와 오랜 신뢰를 다지면서 사우디 정유·석유화학·가스 분야 산업 발전에 족적을 남겼다.

   
▲ 현대건설 사옥 전경./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1979년 얀부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를 시작으로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 카란 가스처리시설, 우쓰마니아 에란회수처리시설 등 아람코가 발주한 다수 석유화학 및 가스플랜트 사업을 완수하며 신뢰관계를 쌓아왔다.

현재는 마잔 오일처리시설 및 가스처리공장 부대시설공사, 자푸라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 공사와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샤힌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상호 협력관계를 견고히 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은 지난해 7월 아람코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 나맷 프로그램을 통해 아람코의 건설 EPC부문 독점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아람코가 발주하는 석유화학 관련 신사업에 대한 수의계약 및 입찰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등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현지 협력사 RTC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아람코 사업을 추가로 확보·수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수주는 해외건설업계 내에서도 큰 성과로 꼽힌다. 아미랄 프로젝트를 포함한 지난 24일 기준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137억 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수주 실적인 120억 달러 대비 14% 증가했다.

특히 정부 차원 경제외교를 통해 한·사우디 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원팀코리아’가 사우디를 방문해 수주 지원활동을 펼친 이후 최대 성과로 평가받는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인 350억 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번 수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을 상회하는 한편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 달성의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현대건설은 사우디 정부 및 발주처 신뢰를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 차원 경제 외교를 통해 양국 간 협력 기반이 더욱 확대된 만큼 아미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사우디 지역에서 ‘K건설’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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