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김영호·권익위 김홍일, 전선 긋기 '주목'…방통위원장 보류, 신중함 보여
장미란 문체부 2차관 '깜짝 발탁', 참신하지만 쇼로 그치지 말아야
대통령실 비서관 대거 차관으로…尹정부 철학 중시 국정운영 '안정성'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방송통신위원장인데, 여러분 기대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인사라는 것이 보통 할 때 보면 고려할 사항도 많고, 어차피 지금 비어있으니까 추후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한달 가까이 청문회 정국을 연출했던 방송통신위원장 지명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29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했고,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는 고검장 출신 김홍일 변호사를 임명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차관급 13명도 함께 발표하면서 사실상 '중폭 내각' 교체 효과를 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장·차관 인선은, 종합해서 4가지 시그널로 읽힌다.

먼저 신중함이다. 앞서 대통령실이 밝힌 방통위원장 언급대로 지난 한달간 여야 정치권 공방을 불러일으켰던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의 차기 방통위원장 지명에 대해 잠시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추후 발표를 공언한 대목을 보면 윤 대통령은 언제라도 방통위원장 인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7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언제 열지 타이밍을 보다가 발표하겠다는 복안이다.

   
▲ 6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두번째로는 '원칙'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한 김영호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및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한 국제정치-통일정책 분야의 전문가"라며 "원칙 있는 대북 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해 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을 분명히 했다.

국민권익위원장 내정자인 김홍일 변호사에 대해서도 김대기 비서실장은 이날 "40년 가까이 검사 및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법 이론에 해박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정통 법조인"이라며 "강직한 성품과 합리적 리더십을 통해 부패 방지 및 청렴 주관 기관으로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책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호 후보자 및 김홍일 내정자에 대한 이론을 제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원칙에 입각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번째는 국정 운영에 있어서의 '안정성'과 '일관성'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외 정책을 다루는 외교부 2차관과 통일부 차관에 각각 전문 외교관을 임명했고, 기획재정부 2차관 및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내부 승진으로 발탁했다.

나머지 관심을 모았던 과기부 1차관, 환경부 차관, 국토교통부 1·2차관, 해양수산부 차관 등 5명은 현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임명하면서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꾀했다.

윤석열 정부의 철학을 소화하고 그대로 각 중앙부처에 투영할만한 인사를 적시적소에 앉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 6월 29일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왼쪽),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된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날 브리핑에서 "집권 2년차를 맞이해서 개혁 동력도 얻고 하기 위해선 부처에 좀 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가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그때마다 필요에 따라서 사람을 바꾼다는 말을 바꾸겠다, 개각을 하겠다는 여러 번 말씀드렸다"며 "1년이 지나가니까 앞으로도 혹시 필요한 인사가 있으면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통일부 김영호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이날 발표된 나머지 내정자들은 모두 7월 3일자로 공식 임명된다.

대통령실이 다음달 초부터 각 중앙부처에 대한 고삐를 재차 거머쥘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 네번째로는 인사의 '참신함'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장미란 현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를 깜짝 발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장미란 내정자 같은 경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그랜드슬램 금메달을 다 땄다"며 "그런 투철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지 않았겠냐 현장에서 그런 경험이 있고, 끝나고 나서 대학 교수도 하고, 재단을 통해 후학도 육성하고 그래서 현장과 이론은 다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체육행정, 체육도 이런 분이 한번 새 바람을 불어 넣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인사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 2년차를 맞아 윤 대통령이 또 어떤 인사 포석을 둘지 주목된다. 정책 집행의 효과 및 리더십 측면에서 새 인사들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 사진은 7월 3일 부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6월 29일 밝힌 차관 인선이다. (윗줄 왼쪽부터 순서대로) 각각 기획재정부 2차관 김완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조성경, 외교부 2차관 오영주, 통일부 차관 문승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장미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한훈, 환경부 차관 임상준, 고용노동부 차관 이성희, 국토교통부 1차관 김오진, 국토교통부 2차관 백원국, 해양수산부 차관 박성훈,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오기웅,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김채환이 임명됐다. /사진=대통령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