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행위범위 대폭 확대·처벌 강화하면서 ‘안전·이익’ 등 모호한 표현
한국 교민·기업 긴장…美도 “외국기업 사이에 불안 커져” 주시 분위기
이전에도 처벌 조항 지적에도…정상 경영활동 범죄로 몰릴 우려 제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처벌도 크게 강화한 개정된 반간첩법(방첩법)이 1일부터 중국 전역에서 시행된다. 법 적용 기준을 ‘국가 안전이나 이익에 관한 경우’로 규정하는 등 모호한 표현이 있고, 해당 행위에 중국 내 정보 검색, 사진촬영까지 포함됐다.

주중한국대사관이 교민단체와 접촉해 반간첩 숙지를 당부하는 등 한국교민사회에서 긴장감이 돌고 있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사이에 새 방첩법 시행으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전하는 등 미국도 주시하는 분위기이다.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법으로 중국을 제재했던 것처럼 중국도 국내법을 외국을 제재하려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 이후 대외적으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천명했지만, 실제로는 외국 정부 및 민간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형국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간첩법을 살펴보면, 기존 5개 장 40개 조항에서 6개 장 71개 조항으로 분량부터 늘었다. 특히 국가기밀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국가 안전·이익에 관한 경우엔 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는 등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한 표현이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간첩 혐의자에 대한 신체·물품·장소 등 검문 가능’ ‘재산정보 조회 가능’ ‘데이터 자료 열람 권한 부여’ 등 국가안전기관의 수사 권한도 강화했다. 조사에 대한 협조도 의무화해서 ‘비협조 시엔 처벌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간첩행위를 했으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까지도 과태료 등 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간첩 행위에 연루된 외국인에겐 ‘출입국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으며, ‘기한 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추방도 가능하다.’ ‘추방된 외국인은 10년 내 재입국이 금지된다.’

   
▲ 지난 19일 중국 티베트 라싸 시내에 설치된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과 시진핑 현 주석의 사진. 2023.6.22./사진=연합뉴스

주중 한국대사관은 지난 26일 “중국 국가 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 지도, 사진, 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군사시설·주요 국가기관·방산업체 등 보안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행위, 시위현장 방문과 시위대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 중국인에 대한 포교 및 야외 선교 등 중국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교 활동 등에 유의하라”고 공지했다.

가령 앞으로 중국에서 지도·사진·통계자료 등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저장하는 행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 관광 중 부지불식간에 중국 보안통제구역 등을 촬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백두산을 포함해 북중 접경지역 여행 때도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시위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져도 무심코 촬영하다가 간첩으로 몰릴 수도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정 반간첩법에 따라 중국 내 외국인이 중국정부의 통계자료를 검색 또는 저장하는 것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법 해석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모든 국가는 국내 입법을 통해 국가안전을 수호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각국에서 통용되는 관행”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또 “중국은 ‘의법치국’(법에 의한 통치)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고 법치의 원칙을 변함없이 준수할 것이며, 법에 의거해 법 집행을 규범화하고 법에 의거해 개인과 조직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반간첩법이 외신기자의 취재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과 규정에 부합하는 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개정된 반간첩법에 포함된 위법 행위들이 기존 형법이나 개인정보법 등을 통해서도 처벌이 가능했던 부분이므로 앞으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법률에 간첩 행위에 대한 구성 요건이 모호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자칫 범죄 행위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중국 당국의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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