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에 제출한 '3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인 개혁안이 11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해 채권단의 결정만을 앞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요 외신은 채권단이 그리스의 개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날 오후 열리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의회가 이날 새벽 정부가 개혁안을 시행하기 위한 법안개정에 권한을 위임하는 안건을 표결한 결과 전체 300명 가운데 250명이 찬성해 승인됐다. 반대는 32명에 그쳤고 8명은 기권했다. 이날 표결에서 연립정부 다수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소수당인 독립그리스인당(ANEL)은 물론 제1, 2야당인 신민주당(ND)과 포타미 등도 찬성표를 던져 정부의 협상안을 지지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표결에 앞서 한 연설에서 개혁안이 선거 공약에서 후퇴한 것을 인정했지만 "처음으로 우리는 채무 재조정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며 국민투표 이후 채권단이 채무 재조정 협상 요구에 응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9일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 3년간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개혁안을 제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채권단은 3차 구제금융 규모로 ESM이 580억 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이 160억 유로 등 모두 740억 유로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가 제안한 개혁안은 지난달 25일 채권단에 제시한 협상안과 거의 같은 수준이나 이번 협상에서는 채무 재조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채권단이 거부한 단체교섭권 부활을 명시했으며, 부가가치세와 연금 부문에도 일부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이밖에 재정수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대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인상을 추진해 각각 2억 유로, 1억3천만 유로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개혁안이 채권단의 제안을 거의 수용한 것으로 전해지자 채권단 측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AFP와 DPA, 로이터 통신 등은 유럽연합(EU) 소식통 등을 인용해 EU 집행위와 유럽중앙은행(ECB), IMF 등 채권단이 개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전날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그리스 개혁안 내용이 전해진 후 "그리스는 이 같은 제안으로 유로존에 남아 있으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그리스의 개혁안을 보고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더욱 낙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페터 카지미르 슬로바키아 총리는 "그리스의 새 제안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충분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독일 정부는 그리스 제안에 대한 이번 주말의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 결과에 대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개혁안은 11일 유로그룹의 논의를 거쳐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일부 EU 소식통들은 유로그룹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EU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의 개혁안에 대해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유로그룹 회의에서 주요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