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지원 총액 15.8%, 기업 수 14.8%, 건수 24.5% 증가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메세나)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지난 2019년 수치에 99.6% 수준까지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메세나협회(회장 김희근)는 이런 내용의 '2022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국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과 기업 출연 문화재단 등 722개 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 이에 따르면 지난해 지원 총액은 2073억 4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5.8%(약 283억원) 증가한 금액이며, 지원 기업 수(566개사)와 지원 건수(1318건) 역시 각각 14.8%, 25.4% 늘었다.

   
▲ 기업들 문화 예술 분야 지원 증가/자료=한국메세나협회 제공


분야별 지원 금액은 인프라(공연장, 복합 문화 공간, 미술관 등) 분야 지원(약 1185억원)이 전년 대비 129억원(+12.3%)으로 가장 많이 확대됐는데, 이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기업이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신규 인프라를 개설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미술·전시 분야의 지원 금액(약 309억원)도 전년 대비 60.9%(약 116억원) 증가했으며, 코로나19 이전(2019년)과 비교해도 29.4% 늘어난 수치다.

한국 미술 시장의 '호황기'로 불리는 지난해, 유통 업계를 중심으로 대형 전시 및 아트 페어 후원, 아트 콜라보레이션 작업 등이 활발히 이루어진 점이, 해당 결과를 뒷받침한다.

세 번째로 지원 규모가 큰 클래식 음악 분야(약 169억원) 역시 전년 대비 45.1%(약 52억원)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국내 클래식 연주자의 약진, 클래식 음악 축제의 확대 등이 관련 시장의 성장과 기업 지원금 증가를 이끌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문화 예술 교육(약 136억원, -5.2%), 국악·전통 예술(약 41 원, -13.4%), 문학(약 27억원, -43.8%), 영상·미디어(약 24억원, -13.5%), 연극(약 23억원, -18.4%), 뮤지컬(약 20억원, -1.8%), 무용(약 7억원, -15.5 %) 분야는 줄었다.

기업들은 메세나 사업의 목적을 묻는 질문에 사회 공헌 전략(63.2%), 마케팅 전략(21.5%), 기업 문화 전략(15.3%) 순으로 답했다. 

사회 공헌 전략은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예술 지원이 41.7%, 문화 예술 단체 순수 지원’이 21% 등이다. 

환경·사회·투명경영(ESG)의 일환으로, 지역사회 기여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확연히 높아진 것. 

또한 국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 12.1%(2021년)에서 4.9%(2022년)로 감소했는데, 역시 기업들의 예술 지원 활동이 전국 단위 사업에서 타겟화된 지역 공헌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원 주체별 분석 결과, 개별 기업 부문에서는 전년도에 이어 KT&G가 1위를 유지했다. 

KT&G는 서울, 춘천, 논산, 부산 등에서 복합 문화 공간 'KT&G 상상 마당'을 기반으로 공연, 미술, 사진, 영화 등 장르별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의 상생도 도모하고 있다.

기업 출연 재단 부문에서는 삼성문화재단의 지원 규모가 가장 컸고,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 지원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가상 공간에서의 창작 활동이 활발해지고,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예술의 정의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의 문화 예술 지원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예술계 역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발굴하고, ESG와 연계 가능한 부분을 고려한다면, 기업의 미래 지향적 경영 체계 마련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의 문화 예술 지원 규모의 성장 이면에 있는, 인프라 집중 현상과 장르별 지원 비중의 큰 격차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며 "문화 예술 인프라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인 만큼, 장르 간 균형 발전을 고려한 선도적인 메세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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