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쇼크에 등장한 애플…금융 위기 속 탄생한 페이스북
위기가 곧 기회…경쟁력 갖춘 삼성전자 같은 기업 많아져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코로나19 여파에 더해 지난해 2월 24일 촉발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전세계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자재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해 각국의 물가가 상승했고, 세계 경제와 교역도 둔화했다. 

지속된 경기 침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다만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기업들이 탄생해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 모두 세계 경제가 위기일 때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성장을 꾀했다.

이에 따라 위기 속에 꽃피울 국내 기업의 잠재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인공지능(AI),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기업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경제 위기를 또 한번 도약의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등장한 마이크로소프트‧애플

1973년 중동전쟁 발발 이후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산유국들이 가격 인상과 감산에 돌입했던 탓이다. 이에 따라 물가가 올랐고, 미국은 물가를 잡기 위해 17%라는 초고금리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세계 경제를 더욱 악화일로로 걷게 했다.

미국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과학’을 택했다. 디지털 혁명, 통신 혁명, 기술 혁명 등 ‘과학 기술’을 우대해 경제 성장을 도모한 것이다. 이때 발달한 것이 PC사업이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은 PC용 제품을 개발해 그야말로 ‘대박’을 친다. 

최고의 컴퓨터 회사였던 IBM이 대형 컴퓨터 사업에만 집중했던 것과 다른 방식이었지만, 적중했던 것이다. IBM은 PC 산업의 성공을 보면서도 대형 컴퓨터 사업에만 집중하며 신생 기업들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 1977년에 처음 출시된 애플2 매킨토시 컴퓨터 /사진=위키미디어 제공


특히 하버드 대학을 중퇴하고 PC 산업에 올인한 MS의 창업자 빌 게이츠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운영체제(OS) 등 손에 잡히지 않는 디지털콘텐츠인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 

애플II 컴퓨터로 데스크톱 시장을 개척하고, 매킨토시를 개발한 스티브잡스의 인사이트 역시 그가 타개한 이후에도 화자가 되고 있다. 훗날 그는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이라는 새 시대를 열기도 했다.

21세기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두 인재의 기업가정신이 미국을 또 한번 도약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 “세상에 없던 것”…구글‧페이스북은 어떻게 성장했나

위기는 또 다시 찾아왔다.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던 2000년대 초반과 2009년 금융 위기다. 이 사건으로 전 세계는 오랜 기간 경기 침체를 겪어야 했고,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된 현재와 비교가 되기도 한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과 주택 경기부양 정책을 펼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초저금리 정책, 서브프라임 모기지론(subprime mortgage loan)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도 집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2004년 이 정책을 정리하면서 시작된다.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자 가난한 대출자들은 원리금을 갚지 못하게 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집을 내놓게 된 것이다. 

   
▲ 구글 사이트 /사진=구글 화면 캡쳐


이로 인해 집값이 폭락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금융기관들이 담보로 잡은 집을 팔아도 원금을 회수할 게 없게 됐고, 이는 대형 은행들이 파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도 기업들은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했다. 1998년 탄생한 구글은 검색의 정확도를 높이는 ‘페이지랭크’를 통해 다른 검색 사이트와 차별화를 이룬다. 신뢰가 높은 정보가 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구글과 함께 미국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은 페이스북 역시 세계 경제가 위기일 때 탄생했다. 특히 페이스북이 탄생했던 2004년의 경우 인터넷 업체들이 줄줄이 사라지던 때로 창업조차 쉽지 않았던 시절로 여겨진다.

페이스북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페이스북의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타 퀘스트 등을 개발·운영하는 지주사 메타의 대표이사로 자신은 물론 세계 IT 경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 위기가 기회…삼성전자 같은 기업 많아져야

이 같은 내용을 정리한 ‘세상을 바꾸는 초일류 기업은 어떻게 탄생하는가’(세계와나, 2016)의 저자 조중혁 작가는 오일쇼크를 극복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극복한 구글과 페이스북을 예로 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는 “변화해서 성공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사업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시기가 아니라 경쟁자와 나 모두 어려운 시기이며, 이러한 시기에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세계적인 업체로 성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숱한 위기에도 끊임없이 성장을 도모해온 기업들이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꿔 왔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공을 일궈낸 초일류 기업들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중인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로고 /사진=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캡쳐


이에 따라 미래 산업으로 점쳐지는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AI)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 역시 경제 위기 속에서 성장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글로벌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미래 산업에 투자하며 꾸준히 성장을 도모 중이다. 그리고 이는 곧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경제계에서는 선진국 도약을 코앞에 둔 한국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선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국가의 경제를 이끄는 것은 정부나 정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라는 진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진리 때문이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