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17일 오전 9시 합병 주주총회 열어
마지막까지 긴장하는 삼성, 소액주주 마음 잡기위해 노력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공격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 엘리엇과 삼성의 한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결의를 발표한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 등 여러 가지 걸림돌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치열한 공방도 곧 마무리된다.

삼성은 마지막까지 합병 성사를 위해 외국인 실질주주, 투가지관, 소액주주에 이르기까지 동분서주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주표심에 합병을 넘어 미래가 달린 문제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오는 17일 오전 9시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제일모직은 같은 시각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컨퍼런스홀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번 주총은 △합병계약서 승인 △현물배당 가능 정관 개정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중간배당을 현물로도 할 수 있게 하는 정관 개정 등 세 가지 안건으로 진행된다.

   
▲ 삼성물산은 오는 17일 오전 9시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제일모직은 같은 시각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컨퍼런스홀에서 주주총회를 연다./사진=미디어펜

합병계약 승인은 지난 5월26일 양사 이사회에서 합병계약을 체결한 것을 이번 주총에서 승인받는 것이다. 이외의 두개 안건은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함으로써 상정됐다.

제일모직 주총은 합병계약 승인과 합병존속법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이 안건으로 올라갔다.

합병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주총 참석률이 85%라고 보면 56.7%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합병이 통과되는 것이다.

삼성물산 측은 주총 참석률이 70%대로 떨어지면 47%에서 50%대 초반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이번 합병 건에 관심이 집중돼 참석률이 80%를 넘기거나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성사 여부에 경제계의 시선이 쏠려있는 만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번 주총 출석률은 최소 80%, 높게는 90%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표를 던지기로 함에 따라 삼성물산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42%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주총 출석률 80%를 가정하면 11% 이상의 찬성이 더 필요하다.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의 지분은 7.12%, 외국인 지분은 26.41%, 소액주주의 지분은 24.33%다.

삼성물산은 합병안 통과에 필요한 안정적인 지지를 확보했지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막판까지 표심을 얻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 주총을 앞둔 마지막 날인 만큼 계속해서 열심히 위임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13일 전국 100개 이상 신문과 8개 증권방송, 4개 종편 채널, 2개 보도전문 채널, 네이버·다음 배너 등에 ‘삼성물산 주주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란 제목의 의결권을 삼성물산에 위임해 달라는 호소문을 게재했다.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는 10만여 명에 이르며 전체 주주 가운데 24.43%를 차지하고 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광고를 내고 첫날 2000명, 둘째날 3500명의 문의전화가 왔다”며 많은 주주들이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이길 걸로 보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라도 주총장에서 승인이 되도록 하는 시나리오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오는 9월1일자로 합병된다. 합병회사의 명칭은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승계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쓴다.

통합 삼성물산은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서의 비전을 마련하고 2020년 매출 60조원을 목표로 정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합계가 51%를 넘어 그룹 신수종사업인 바이오부문의 최대주주로서 적극적인 사업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통합 삼성물산은 합병 후 주주친화 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질적인 주주권익을 보호할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 6명 중 외부전문가 3인을 영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