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기차,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 보조금 '0원'
중국산 테슬라 모델Y·중국 상용차, 국내 보조금 받고 인기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전기차 구매 보조금 정책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세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자동차·기아 전기차는 미국 시장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에 수입되는 테슬라 전기차와 중국산 버스는 국내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 보조금 문호가 열리는 내년 하반기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정부도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점유율 10→7% 하락

미국 전기차 시장은 IRA 영향으로 테슬라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 등 우리나라 전기차는 미국 보조금 배제 속에 선전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좋지 않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다. 현대차는 4%, 기아가 3% 수준으로 톱10에 들었다.

   
▲ 현대자동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제공


모델 별 판매량을 보면 테슬라 모델Y와 모델3가 각각1·2위를 차지했고, 현대차 이이오닉5와 기아 EV6가 각각 7·10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시장 점유율 총합은 약 7%로, 지난해 10.4%에서 크게 줄었다. 주력 모델의 선전도 미국 시장에서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성장세 둔화는 IRA 보조금 배제 영향이 크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내 생산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보조금은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로, 아이오닉5 기본 트림의 미국 판매가격 4만 5500달러의 16%에 달한다. 

결국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면서 테슬라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고, 판매량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만약 IRA 보조금이 현대차그룹에 적용됐다면 판매량이 20% 정도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출용 전기차에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을 인하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랑 내년 상반기까지는 IRA 적용을 못 받아서 전기차 쪽에 인센티브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인센티브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 중국산 테슬라·중국 상용차, 한국 보조금 받고 '훨훨'

지난달 14일 국내에 공식 출시한 테슬라의 모델Y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모델Y RWD 제품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차량 가격을 기존가에서 2000만 원 가량 낮췄고, 국내 소비자들은 주문 대란이 일 정도로 관심을 보였다.

모델Y는 LFP 탑재로 가격을 내린 데다 국내 보조금을 받아 더욱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 테슬라가 국내에 출시한 '모델Y'./사진=테슬라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환경부가 아직 정확한 보조금 수준을 밝히진 않았지만 보조금 지급은 확실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델Y RWD는 경쟁 차종인 아이오닉5과 가격이 수백만 원 차이로 좁혀진다. 기존에 미국에서 판매하던 모델Y 퍼포먼스는 아이오닉5보다 약 4000만 원이나 비쌌다.

다만 테슬라가 한국에서 기대하던 보조금 100% 지급은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대당 최대 보조금을 900만 원에서 줄여 올해는 최대 680만 원을 지급한다. 또한 이번에 수입된 모델Y는 배터리 성능 차이 등을 근거로 일부 금액만 지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입차에 대한 국내 보조금은 테슬라 뿐만 아니라 중국산 전기차에도 지급되고 있다.

비야디(BYD), 지리(Geely) 자동차의 1톤 이하 소형 전기트럭 등이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으면 대부분 1000만 원대로 구매 가능해지면서 국내 상용차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 상용차를 정부 보조금으로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정부는 1톤 전기 상용차의 정부 보조금 하향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각국 전기차 산업 보호 중…우리는?

이처럼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 배제와 동시에 국내에서는 미국과 중국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전략처럼 자체 인센티브를 일시 도입해서라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배터리의 경우 미국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보조금 지급 요건을 충족하는 우회 전략도 적극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생산되고, 탑재된 배터리도 비중국산이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도 테슬라가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연맹으로 가격을 내리면서도 보조금 지급 요건을 맞추고 있는 만큼 LFP 배터리 성능에 대한 기준을 세밀화해 보조금 문턱을 현저히 낮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전기차 및 배터리를 산업안보 측면에서 바라보며 나름의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테슬라, 중국산 전기 상용차의 국내 진출로 국내 전기차 업계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IRA 맞춤형 전기차 투자 전략을 새로 짜고, 국내 전기차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특단의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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