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장 커지며 HBM 수요 증가에 업계 활짝
다만 반도체 경기 반등할 정도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접전을 펼치며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HBM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생성형 AI의 특수가 반도체 경기를 반등하게 할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해 실적 반등 여부는 지켜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HBM3. /사진=SK하이닉스 제공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제품이다. 현재 HBM은 대용량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AI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말 공개한 생성형 AI 챗봇 '챗GPT'가 시장에 AI 열풍을 가져오면서 관련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추론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연산을 담당할 GPU와 빠른 데이터 처리를 위한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한데, HBM이 이에 적합한 성능을 보여주면서 채택이 늘어난 것이다. 

일찍이 이 같은 미래를 내다본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 1세대 제품을 선보인 후 2세대 HBM2, 3세대 HBM2E, 4세대 HBM3를 2년 동안의 간격으로 출시해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HBM이 전사 매출에서 기여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지만 올해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SK하이닉스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초기부터 오랜 기간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왔다"며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 선두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3개 HBM 공급업체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으로 차지했다. 

삼성전자 역시 HBM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분투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업계 최고 6.4Gbps의 성능과 초저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HBM3 16GB와 12단 24GB 제품의 양산 준비를 완료해, 4분기부터 HBM3와 5세대인 HBM3P를 출하하고 내년부터 6세대 HBM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가 HBM 선두업체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 제품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며 "HBM3는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고객 오퍼가 진행 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도 HBM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생산량을 올해 대비 2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생성형 AI가 반도체 시장의 활력소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대만 TSMC의 웨이저자 CEO는 "생성형 AI 특수가 반도체 경기를 반등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도 "생성형 AI 산업 성장이 빠르지만 전체 AI 시장에선 아직 비중이 작기 때문에, 당장 반도체 시장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해 해당 시장의 전망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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