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여자축구가 '기적'을 연출하지 못하고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그나마 마지막 경기에서 첫 골도 넣고 승점도 챙긴 것은 소득이었고, 그 결과 독일을 동반 탈락시켰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에서 독일과 1-1로 비겼다.

   
▲ 독일과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후 지소연이 응원해준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로써 한국은 2연패 뒤 1무승부로 승점 1점을 기록하며 조 최하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콜롬비아에 0-2로 졌고, 2차전에서는 모로코에 0-1로 패한 바 있다.

독일은 한국과 비김으로써 충격적인 탈락을 했다. 독일은 1승1무1패, 승점 4점이 됐다. 그런데 같은 시각 모로코가 콜롬비아를 1-0으로 꺾었다. 콜롬비아와 모로코는 나란히 2승 1패(승점 6점)가 돼 독일을 따돌리고 동반 16강에 올랐다. 골 득실에 따라 콜롬비아(+2)가 1위, 모로코(-4)가 2위를 차지했다. 

만약 독일이 한국을 이겼다면 2승1패로 승점 6점이 되고 골 득실도 최소 +6 이상이 되기 때문에 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한국에 발목을 잡히면서 독일은 여자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16강행이 좌절되는 쓴맛을 봤다.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FIFA 랭킹 2위 독일의 굴욕이자 이번 대회 조별리그 최대 이변이다.

벨 감독은 16세 혼혈 공격수 케이시 유진 페어를 과감하게 선발로 내세웠다. 최유리가 페어와 전방을 맡았다. 장슬기, 조소현, 지소연, 천가람, 추효주, 심서연, 이영주, 김혜리, 김정미(GK)가 함께 선발로 나섰다.

사실 한국은 16강 진출이 거의 확정된 상태에서 이날 독일전을 치렀다. 한국이 독일을 5골 차 이상으로 이기고,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이겨줘야 한국이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현실성이 없는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한국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처음부터 몰아붙이며 놀라운 투지를 보여줬고, 일찍 성과도 냈다.

   
▲ 조소현이 독일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전반 2분 지소연의 패스에 이은 페어의 슛이 골키퍼 맞고 골대를 때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반 6분 한국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영주가 상대 수비 사이로 절묘한 전전패스를 찔러주자 조소현이 수비 라인을 깨트리며 질주해 들어가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잡았다. 조소현은 침착하게 정확한 슛을 때려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 3경기 만에 한국이 처음 넣은 골이자 조소현의 월드컵  개인 통산 2호골이었다.

리드를 뺏긴 독일이 맹반격에 나섰다. 한국은 몸을 던지는 수비로 막아내며 추가골을 노렸다. 전반 36분 지소연의 중거리슛은 골대를 넘어갔다.

전반 42분, 독일이 동점골을 넣었다. 스페냐 후트가 우측에서 문전으로 올려준 크로스를 피지컬이 좋은 독일 주포 알렉산드라 포프가 헤더로 한국 골문을 허물었다. 독일이 1-1 동점을 만들고 전반을 마쳤다.

   
▲ 동점골을 넣은 독일의 포프가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들자 독일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후반 12분 역습 상황에서 포프의 헤더 골이 또 나왔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이 났다. 3분 뒤 포프의 헤더슛은 골대를 때렸다.

포프를 막지 못해 실점 위기가 잇따르자 벨 감독은 후반 18분 천가람 대신 장신의 베테랑 공격수 박은선을 투입했다. 포프의 제공권을 막기 위한 파격적인 전술이었고, 박은선 투입 후 포프의 헤더는 무뎌졌다.

많이 뛰어다닌 한국 선수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갔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비기면 탈락하는 독일이 거친 플레이로 나와 한국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했다. 김혜리와 지소연, 김정미가 잇따라 부상으로 쓰러졌다. 경기 막판 조소현은 독일 선수에게 강하게 걷어차여 일어나지 못하고 들것에 실려나가 교체되기도 했다.

사투를 벌인 한국은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강호 독일과 무승부로 경기를 끝내며 아쉬움 속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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