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 3000만원대 '토레스 EVX' 9월 출시
기아, 내달 '레이 EV' 출시…2000만원대 구매 전망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테슬라가 쏘아 올린 전기차 가격 경쟁에 전통적인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중저가 전기차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반값 전기차가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판매량이 주춤한 전기차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7만8466대로 전년 동기(6만8996대) 대비 13.7%로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율(63.8%)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 토레스 EVX./사진-KG모빌리티 제공


KG모빌리티는 오는 9월 토레스를 계승한 중형급 전기 SUV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토레스 EVX는 KG 모빌리티의 첫 번째 전동화 모델로 중국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 차량은 최적화된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설계로 1회 완충 시 주행 거리는 국내 기준 420km 이상(자체 측정 결과)이다.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E5 4850만 원~4950만 원 △E7 5100만 원~5200만 원 수준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KG 모빌리티 관계자는 "지자체별 전기차 보조금에 따라 3000만 원대로 구입 가능한 가성비 있는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FP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 경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 위험성도 낮아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순간 출력이 약하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은 단점이 있다.

테슬라도 지난달 중국산 LFP 배터리를 장착한 후륜구동(RWD) 기반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Y'를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기존 사륜구동 모델 Y는 NCM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후륜구동 모델 Y에는 중국 CATL의 LFP 배터리가 장착됐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의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350km로 짧아졌지만 기존 모델 대비 수천만 원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스텔란티스의 자회사 스트로엥도 오는 10월 중순 3000만 원대 보급형 전기차인 신형 시트로엥 e-C3를 공개한다. 스텔란티스가 보급형 전기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저가 공세에 맞서 유럽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티에리 코스카스 시트로엥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시장에 e-C3 동급 차량은 없다"며 "합리적 가격의 자동차를 만들어 온 시트로엥의 역할은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그룹은 내년  2만5000유로 수준의 순수 전기차 르노5를 출시할 계획이다. 

   
▲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기아는 다음 달 경차 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 EV'를 출시한다. 1회 충전 시 최대 210km를 주행할 수 있다.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레이 EV는 보조금을 포함해 2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아는 내년 소형 전기차 EV3 생산도 계획 중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CFO)은 지난달 27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시대에 들어가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수익성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두고 비정상적인 시점을 정면 돌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내년 경형 전기 SUV '캐스퍼 EV'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차량에도 LFP 배터리가 장착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LFP 배터리를 개발해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완성차업체가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중저가 모델 출시에 사활을 걸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테슬라가 반값 전기차 화두를 던지면서 전기차 시장은 가격경쟁 국면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가격을 낮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가격을 낮추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은 더 짧아진 주행거리 등 성능 저하를 감안하고라도 보급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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