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항공유, 美·EU 외 中·日도 뛰어들어…에너지 주도권 경쟁
시추 정유만 인정하는 '정유업' 규정, 현실 미반영…"개선돼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항공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 정비도 되지 않아 개선이 요구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27년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관련 제도가 없다시피 한 상태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커져만 가는 SAF 시장…2050년 항공유 77% 차지

SAF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 원유 시추에 비해 정제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인 석유 제품을 총칭한다. 옥수수·사탕수수·폐식용유 등에서 얻은 원료를 발효시켜 생산한 바이오 항공유가 대표적이다.

SAF 기술 및 인프라를 선점해 미래 에너지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은 SAF 중심 항공유 시장 구축이 친환경 탄소중립 가치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기술 개발 및 SAF 사용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 A380 여객기가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로 이륙하는데 성공했다./사진=에어버스 제공


미국은 2030년까지 연간 114억 리터 이상의 SAF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SAF 1갤런(3.78ℓ)당 1.25~1.75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SAF를 의무 사용하도록 규정했고, 2050년에는 그 비중을 70%까지 높이도록 했다. 

EU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동력기관 중 가장 변화가 느린 항공기에도 친환경 연료를 적용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사 연료 소비량의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은 2025년까지 5만 톤의 SAF를 사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AF 수요 확대는 시간 문제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전체 항공유 중 SAF 의존도는 2020년 0%에서 2030년 17.1%, 2050년 77.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옛날 관점에 멈춘 '석유사업법'…재정비 속도 내야

우리나라는 SAF 분야에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AF 분야 발전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 관계 법령 미비 등 제도의 부실을 꼽는다.

바이오 항공유 등 SAF를 관리할 '석유사업법'이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석유·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에서는 정유사가 '석유'를 정제해 '석유 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으로 규정돼 있다.

   
▲ 대한항공 여객기./사진=대한항공 제공


또한 SAF가 석유대체연료에도 포함돼 있지 않아 석유 이외의 원료인 폐식용유 등으로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한다.

정유사의 사업을 법적으로 규정한 것은 법 자체가 잘못됐다기보다는 과거에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석유는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자원으로, 모호한 규정으로 정유업의 범주를 넓혀주면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에너지 관련 법령들이 재정비돼야 하는 셈이다.

현재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바이오연료의 도입 확대를 위한 석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정유사들이 다양한 SAF를 개발·상용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연료 사업의 정부 지원 근거 마련 △석유대체연료에 바이오연료 명시 △친환경 연료 이용·보급 확대 전담 기관 설치 △석유 정제업에 친환경 원료 투입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정부는 정유, 항공업계와 바이오 항공유 실증사업을 진행해 국내 생산 개시 전 보급 확산에 필요한 품질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정유사가 해외 바이오 항공유를 도입해 운항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 및 사용은 실증사업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AF 국내 상용화를 위한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아울러 기업들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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