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위기, 금융으로 번져 '디플레' 위험신호
한국 최대 교역국 중국…국내 악영향은 향후 추이 지켜봐야
중국 경제가 헝다그룹의 파산 신청으로 부동산에서 금융으로 전이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를 낮추며 대응에 나섰지만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디어펜은 한국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최근 중국의 부동산 위기에 따른 파장이 전반적인 경제 침체로 이어지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주요 2개국(G2)의 자리에 오르면서 미국 추월 의지를 보였던 중국이었지만 기대했던 코로나 이후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미쳤고, 그 동안 쌓여온 각종 부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 어떠한 형태든 악영향을 받을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中 부동산 위기 금융으로…물가·생산·소비·수출 부정적 기류

23일 재계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부동산 부실이 금융권까지 번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경제 위기는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이 자금난으로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또한 헝다보다 프로젝트 규모가 4배 이상 큰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도 채권이자 미지급 사태로 홍콩 증시에서 제외되는 등 심각한 운영난에 처했다.

   
▲ 중국 헝다그룹 건물./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위기는 곧바로 금융권으로 번져 중룽국제신탁이 만기 상품 상환 연기로 투자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힌 상태다. 이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5% 급감했고, 같은 기간 전국 누적 분양 주택 판매 면적은 6.5% 줄었다.

중국의 경제 불황은 각종 지표로 확인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지난달 -0.3%로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며 디플레이션 초입에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와 산업생산·고정자산 투자 역시 부진하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는 3조6761억 위안(약 675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5% 증가했다.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쳐 기대에 못 미쳤고, 1∼7월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3.4% 증가해 기대치를 하회했다.

이밖에 수출은 -14.5%로 3년5개월 만에 최저로 내려갔고, 외국인직접투자(FDI·7월 누적)는 -4%였다.

실업률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5.3%로 전달(5.2%)보다 약간 높아졌는데, 중국 정부는 실업률이 높아지자 지난달 지표 발표부터 청년 실업률을 포함한 연령대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하강 우려를 의식해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했지만 인하 폭이 적어 분위기를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 한국 경제 영향, 부동산 '제한적', 금융 '지켜봐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 있다는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디플레이션은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소비자들이 구매력을 상실한 데 반해 기업들은 물건을 팔려고 안간힘을 쓸 때 경제 흐름이 경색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생산이 늘고 있고 성장률도 정부 목표 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 수출 컨테이너 항만./사진=부산항만공사 제공


중국의 경제 침체가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중국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헝다 등 중국에서 부실을 유발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한국에 관련 사업을 하거나 금전적 거래 관계가 많다면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다행히 국내에선 영향력이 미미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중국 부동산에 대한 노출 정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에 미칠 영향은 향후 중국 경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당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겠지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강한 통제력, 은행권의 낮아진 부동산 익스포저와 제한적인 파생상품 관련 연계 등을 고려하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부터 무역수지 적자국으로 전환했고, 무역 의존도도 낮아졌지만 올 1분기 기준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19.5%로 여전히 최대 교역국이다. 

최근의 위기 상황이 이미 국내 증시에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위기를 조기 수습하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 내 수요 감소가 곧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경제심리에 반영되면 투자 심리 위축을 불러와 국내 증시에서도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와 부진한 경기 탓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여 원화도 동반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중기적으로 중국의 저성장 장기화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아 관련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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